북한이 24일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전격 제의했다.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는 이날 오후 6시30분쯤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대한적십자사 앞으로 통지문을 보내 "북남관계 개선의 길을 실천적으로 열어나갈 일념으로부터 우선 올해 설 명절을 계기로 북남 사이의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행사를 진행하자"고 제의했다.
통지문은 "상봉행사는 이미 북남 적십자단체들이 합의하였던 대로 금강산에서 진행하되 날짜는 준비기간을 고려하여 설이 지나 날씨가 좀 풀린 다음 남측이 편리한대로 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통지문은 "기타 제기되는 문제들에 대하여 판문점 적십자 연락통로를 통하여 협의 해결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통일부는 "북측이 뒤늦게나마 우리의 제안을 수용한 것을 환영한다"고 답했다. 우리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시기와 협의 방법 등 구체적인 사항들을 북측에 추후 통보할 방침이다.
앞서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설맞이 이산상봉을 제안한 데 대해 사흘 뒤 곧 한미군사훈련이 열리는 만큼 이런 상황에서 마음 놓고 만날 수 있겠느냐면서 "좋은 계절에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며 거부했었다. 북한은 당시 키 리졸브 등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2월말 예정돼 있는 등 위협적 조건 등을 들어 우리측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북한의 전격적인 이산상봉 제안은 최근 수 차례에 걸친 평화공세와 연관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지난 16일 국방위원회 명의로 상호비방 중지,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 등을 내용으로 한 중대제안을 한 데 이어 24일 오전 6시쯤 국방위 명의의 공개서한을 통해 "중대제안은 위장평화공세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통일부는 오후 4시30분쯤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비핵화 실천에 관한 분명한 입장 천명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 ▦이산가족 상봉 호응을 요구했고 북측은 2시간 뒤 전격적으로 이산상봉 제안을 내놓았다. 이어 신선호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7개월여 만에 기자회견을 갖고 중대제안 내용을 되풀이한 뒤 "남한은 북한의 제의에 성의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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