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에 이어 기아차도 지난해보다 나빠진 실적을 내놓았다. 23일 실적 발표를 한 현대차의 지난해 영업 이익은 전년보다 1.5% 감소한 8조3,155억원. 24일 발표된 기아차의 영업 이익은 3조1,771억원으로 무려 9.8%나 뒷걸음질 했다.
문제는 역시 환율이었다. 국내에서 생산된 차량 상당 수가 해외로 수출되는 현대ㆍ기아차의 특성상 원화강세, 즉 원고(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도요타 등 일본 경쟁 업체들은 아베노믹스가 안겨준 엔저(低)혜택을 듬뿍 받고 있어, 현대ㆍ기아차로선 원고-엔저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현대차보다 기아차가 국내 생산 물량의 해외 수출이 더 많다. 환율 영향을 더 받기 때문에 현대차보다 기아차 실적이 더 나빴던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올해도 현대ㆍ기아차로선 환율 장애물을 어떻게 넘느냐가 관건인데, 지난해보다는 피해가 덜 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진만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환율 부담이 덜할 것"이라며 "현대차 중국 3공장과 터키공장 증설이 끝났고 기아차 중국 3공장 준공과 브라질 공장 3교대 전환 등이 맞물리며 현지 생산량이 300만대를 넘어서기 때문에 환율변동 리스크도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저 타격도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가 올해부터 미국 켄터키 공장에서 '렉서스 ES'를 생산할 계획이고, 닛산은 지난해 11월 멕시코 3공장 가동을 시작하는 등 일본차들의 현지 생산이 늘고 있어 엔저효과가 상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ㆍ기아차의 올해 필승전략은 역시 신차다. 사실 지난 해의 부진 배경엔 소비자들이 마땅히 살 만한 신차가 없었다는 점이 컸다. 때문에 현대ㆍ기아차는 올해 굵직한 신차출시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데, 상반기 중 신형 쏘나타를 선보일 예정이다. 쏘나타 새 모델이 나오는 건 4년6개월만이다.
기아차는 하반기에 쏘렌토와 카니발을 새롭게 내보낼 예정. 현대차가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신형 제네시스도 미국 현지 판매를 눈앞에 두고 있다. 손상훈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쏘나타는 현대차의 주력 모델이기 때문에 국내외에서 신차 출시 효과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환율영향이 적고 신차효과가 생기더라도, 최근 수년간 이어온 질주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일반적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미국시장 점유율이 정체 또는 후퇴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살아나는 미국 시장을 놓고 GM 포드 등 미국업체와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업체들이 파상 공세를 펴고 있어 현대차로선 점유율 끌어올리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올해 두 회사가 지난해의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겠지만, 이익신장률은 현대차 7%, 기아차 5%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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