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당 60원. 카드번호 포함 시 건당 100원."
개인정보 불법매매 시장에서 이번 정보 유출과 관련 카드사의 고객 정보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카드사는 거듭 외부로 유통된 정황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카드번호, 유효기간 등이 포함된 정보가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데이터베이스(DB)' '카드 신상 DB' 등의 이름으로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터넷상에서 거래되는 'KCB DB' 샘플의 경우 최근 정보가 유출된 KB국민ㆍ농협ㆍ롯데카드 고객의 이름과 집 전화번호와 주소, 휴대폰 번호, 주민번호, 카드번호, 유효기간이 나와있다. 암거래 DB에 자신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것을 알게 된 국민카드 고객은 "발급받은 지 2년 정도 됐고,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면서 "정보유출 사고가 터진 뒤에 내 정보가 유통되고 있다고 하니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무관하게 지난해 분실한 카드 정보가 최근 시장에서 거래된 롯데카드 고객은 "10여가지 정보가 유출됐다고 나왔는데 인터넷에 휴대폰 번호나 주소가 떠다닌다고 생각하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카드는 "카드번호와 유효기간은 유출되지 않았는데 유통되는 정보에는 포함된 것 자체가 이번 유출사건과 다른 건에서 유출된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카드도 "KCB직원이 유출한 원본데이터 양식과 암시장에서 돌고 있는 파일은 형식이나 내용이 다르다"며 "이번 사태와는 무관하게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유출된 정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도 수사과정에서 정보를 유출한 KCB직원 박모(39)씨의 원본파일과 박씨가 거래한 광고대행업체 대표, 대출모집인의 자료도 모두 압수했기 때문에 외부로 유통됐을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의 해명이 설사 사실일지라도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똥을 끄는 것에 급급해 이미 유통되는 개인정보에 대한 대책은 뒷전으로 미뤄 놓은듯해 뒷맛이 개운치 않다.
더욱이 업계에서는 이번에 유출된 정보 역시 불법 시장에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개인 정보는 주로 온라인 상에서 유통되지만 고급 정보들은 오프라인을 통해 거래된다. 정보를 빼낸 박씨가 검찰 수사망을 피해 현금을 받고 퀵서비스나 지인을 통해 직접 전달해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이번에 유출된 정보에는 휴대폰번호나 주소 외에 연소득, 대출상담내역, 대출현황 등 고급 정보가 대거 포함됐다. 한 대출모집인은 "소득 여부와 연봉, 직장이 어딘지 전세대출을 받은 적이 있는지 등 정보가 구체적일수록 해당 정보 가격은 급격히 치솟아 건당 만원이상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유통업자들이 정보를 재가공해 판매했을 가능성도 높다. 한 대출업체 관계자는 "정보를 문서로 출력 후 이를 스캔하고 다시 액셀로 자동 변환해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10분 내로 정보가 재가공된다"며 "많은 종류의 정보를 빠른 시간 내 정리해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여러 곳에서 유출된 정보 짜깁기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작업을 거치면 원본데이터와 양식이 달라지지만 유형별 정보분류가 가능하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자료도 원본데이터에서 여러 차례 편집, 가공돼 원본 출처가 모호해졌을 수 있는 것이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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