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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제약 vs 녹십자 '적대적 M&A'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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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제약 vs 녹십자 '적대적 M&A' 논란

입력
2014.01.24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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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제약 윤원영 회장과 녹십자의 고 허영섭 회장은 이웃사촌이었다. 자제들도 같은 고교를 졸업했다. 녹십자는 고 허 회장 사망 이후 현재 동생인 허일섭 회장이 이끌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제약업계 2위의 녹십자와 7위인 일동제약은 이제 먹느냐 먹히느냐의 돌아올 수 없는 관계가 돼버렸다.

일동제약은 24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분할계획 승인 안건을 상정했지만, 찬성 54.6%, 반대 45.4%로 가결요건인 찬성 3분의 2를 넘지 못했다고 밝혔다.

부결에는 일동제약 지분 29.36%를 보유한 2대 주주 녹십자의 반대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주총 이후 녹십자는 "주주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어 반대표를 던졌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신설 사업 자회사가 지주사에 비해 월등히 높은 부채비율을 가져가게 된 점이 부담스럽다는 얘기였다. 9%대 지분을 보유한 기관투자자 피델리티도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녹십자의 행보를 두고 '적대적 M&A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실제로 주총을 일주일 앞둔 지난 16일 녹십자는 일동제약 지분 14%을 추가매수(기존 15.36%)하고, 지분보유 목적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꿨다. 당시 녹십자 측은 "백신 등 바이오 사업에 강한 녹십자와 전문ㆍ일반의약품에 강한 일동제약 간 시너지 효과를 노린 것"이라며 M&A 시도설을 부인했지만 업계에선 "주인이 있는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건 결국 장기적으로 인수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녹십자는 2012년 당시 환인제약이 갖고 있던 지분 7%를 처음 인수할 때부터 M&A설이 돌았다.

윤 회장과 허 회장은 지난 17일 회동, 해결책을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최대주주인 윤 회장측이 34.16%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우호세력도 꽤 있는 현재 지분구도로 볼 때 당장 적대적 M&A가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겠지만, 1,2대 주주간 경영 갈등은 불가피해 보인다. 녹십자는 일동제약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최대주주에 제동을 걸려 할 것이고, 결국 양 사가 서로 우호지분 확보에 나서며 경영권 공방을 벌일 수 있다.

윤 회장도 "경영권 방어를 위해 모든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긴 싸움이 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녹십자 측은 주총 후 적대적 M&A설을 거듭 부인하며 "협력관계를 이어갈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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