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익(67) 전 경원대 미대 교수는 한국 공공미술 1세대 작가로 통한다. 그는 2006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공공미술 사업 '아트 인시티'를 총괄 기획했다. 오랫동안 대중과 예술의 접점을 모색해온 그에게 한국 공공미술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
-관 주도 공공미술 사업은 '아트 인 시티'가 사실상 처음이다. 당시 어떤 논의가 있었나
"건축물미술장식제도에 의해 수없이 만들어진 건물 앞 조형물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서 시작됐다. 미학적으로는 모더니즘 미술에 대한 대안적 미술을 모색하면서 출발했다고 본다. 보수적 모더니즘을 비판하고 진보적 민중미술의 진화된 모습을 보여준다는 성격을 띠고 있었다. '아트 인 시티'프로젝트는 공공미술이란 단어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고 동네 환경 개선과 같은 적지 않은 성공 사례들을 만들었다. 그러나 행정의 일환으로 수행됨으로써 질 저하, 관리 부실, 소통 부족 등의 문제 또한 피할 수 없었다."
-관 주도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가장 큰 문제는 관료성과 타성을 극복하지 못한 채 비슷한 프로젝트를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술인들도 단순히 일거리를 얻는다는 안이한 태도로 공공미술 사업을 대하고 있다. 작가가 전문가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작업을 수행할 때 프로젝트의 수준이 높아지고, 작업 과정을 기록하고 공유함으로써 같은 실수가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민간 주도의 비중이 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관 주도 공공미술은 보완과 방향 전환을 통해 유지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러려면 창의적인 전문 인력의 채용과 제도의 보완이 따라야 한다. 안양의 경우 기구를 축소한다는 명목으로 공공예술재단을 문화재단으로 흡수하면서 전문인력을 모두 해임해버렸다. 비전문직 행정 인력만으로는 공공미술도 전시행정, 일회성 행정으로 귀결될 확률이 높다."
-여러 지자체가 공공미술의 지향점을 모색하고 있다. 조언해달라
"공공미술이 공동체 미술, 즉 커뮤니티 아트를 지향할 때 해법의 실마리가 보이리라고 생각한다. 공동체 미술은 구성원 스스로가 잃어버린 혹은 억압당한 자신들의 언어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의 한 과정으로 이해돼야 한다. 공동체 미술은 관 주도 프로젝트가 갖고 있는 정치성에 대한 대항적 의미의 정치성을 띠고 있다. 제도의 모순을 감추는 '나쁜 정부'에 의한 공공미술을 버리고 시민의 자기 통치가 살아 있는 '착한 정부'에 의한 공동체 미술을 꿈꿔야 한다."
황수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