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내외 담배회사를 상대로 흡연으로 인한 의료비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이 담배소송에 나선 것은 처음으로, 국내에서는 한번도 담배회사의 배상 책임이 인정된 적이 없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김종대 건보공단 이사장은 24일 이사회를 열고 "흡연으로 인해 발생한 공단 부담 진료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사회에서는 15명 이사 중 13명이 참석, 11명의 찬성으로 담배소송 안건이 통과했다. 정부 측 이사인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 인사는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 시기와 규모 등에 대해 이사회의 위임을 받은 건보공단은 준비가 마무리되는 대로 3월 이전에 소송을 낸다는 계획이다.
소송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소세포 폐암, 편평세포 후두암에 대해 130억~3,300억원 사이에서 정해질 예정이다. 건보공단은 두 암에 대해 지출한 건강보험 진료비 중에서 흡연 여부, 흡연기간 등을 따져 소송 범위를 확정한다. 이 두 암은 과거 흡연피해자들이 제기한 담배소송에서 2011년 2월 서울고등법원이 '흡연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인정한 암이다.
김 이사장은 "흡연으로 인해 건강보험 가입자의 보험료가 연기 속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건보재정의 관리 운영 주체인 공단으로서는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고 소송배경을 설명했다. 건보공단은 흡연으로 인한 각종 질병으로 연간 1조7,000억원의 진료비가 지출된다고 보고 있다.
건보공단이 대규모 진료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송에서 이길 경우 개인들의 추가 소송도 이어질 수 있어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건보공단은 승소할 경우 배상금으로 폐암 환자 등 흡연피해자를 지원하거나 금연운동 기금으로 사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담배협회는 "건강보험 이사회가 재정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기로 결의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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