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소송은 1954년 미국에서 처음 제기된 후 전세계 수천 건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4년까지 808건의 소송에선 흡연 피해를 주장하는 개인이 승소한 사례가 없었지만 이후 담배회사의 책임을 묻는 판결이 잇따랐다.
첫 흡연자가 승소 사례는 1983년 폐암으로 사망한 로즈 치폴론의 유족이 담배회사 리젯 그룹을 상대로 제기한 사건이다. 1심에서 담배의 유해성을 고지하지 않은 점이 인정돼 40만 달러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비록 항소심에서 담배회사가 '개인 선택의 자유'를 논거로 삼아 기각됐지만 담배와 질병의 인과관계를 입증했다는 점에서 엄청난 파문을 남겼다.
보다 획기적인 전기는 1994년에 이뤄진다. 미시시피 주정부가 흡연 관련 질병에 지원한 의료비 배상 청구소송을 납세자 대신 제기했다. 같은 해 5월 담배회사 '브라운 앤 윌리엄'의 내부문서를 뉴욕타임스가 폭로, 담배회사가 수년간 연구를 통해 흡연의 위해성과 니코틴 중독성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것, 이 연구사업의 관리에 회사의 변호사들이 개입했다는 것 등이 밝혀졌다. 소송이 본격화되면서 담배회사의 불법에 대한 폭로가 이어졌고, 49개 주정부의 의료비 변상 청구 소송으로 번졌다. 1997~98년 필립모리스 등 담배 회사들은 25년에 걸쳐 총 2,460억 달러(263조원)를 이들 주정부에 지불하고 금연운동 단체를 위한 기금을 조성하는 것으로 합의, 소송은 종료된다. 담배회사의 불법성이 확인됐고, 정부가 주도한 집단소송이라는 점이 기존 국내 소송과의 큰 차이점이다.
반면 일본과 프랑스, 독일은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흡연은 개인 자유의사라는 이유다. 담배의 폐해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후 담배회사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논리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2006년 2월 폐암 환자 6명이 장기간 흡연으로 폐암에 걸렸다며 일본담배회사(JT)와 국가를 상대로 낸 6,000만엔의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담배회사의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프랑스 최고법원도 2003년 개인이 담배회사 알티디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독일에서도 개인이 2003년 담배회사 렘츠마에 40만유로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소송을 기각했다.
정미화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변호사)는 "소송 청구인과 청구원인, 내용에 따라 판결이 다르다. 흡연 손배소송과 흡연으로 인한 치료비 청구소송도 결론이 다르게 난다"며 "일반적으로 개인이 담배 폐해 인과성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개인 손배소송은 승소율이 낮은 반면 집단소송은 이길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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