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24일 담배소송을 전격 의결했지만 건강정책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와 담배정책의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담배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세수(稅收)가 5조9,000억원(2012년)에 이르는데다 패소 가능성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복지부는 "담배소송은 공단이 진행할 사안이지 복지부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선을 긋고 있다. 소송이 진행되더라도 공단이 정부로부터 법적ㆍ행정적ㆍ재정적 지원을 기대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4월부터 복지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담배소송 관련 세미나, 포럼을 열어왔지만 이사회를 하루 앞둔 23일 복지부는 공단에 담배소송을 '의결사안'이 아닌 '보고사안'으로 올리라는 공문을 내려 보냈다. 이경은 복지부 건강정책과장은 "담배소송의 정당성에 공감하지만 소송까지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담배사업법, 담배전매법 등의 소관부처인 기재부는 사실상 소송에 반대입장이다. 김윤상 기재부 복지예산과장은 "소송의 필요성, 배경, 비용, 파급효과 등에 대한 논의가 거의 없었다"며 "정부 내 공감대가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2012년 폐암환자, 임산부 등이 낸 담배사업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기재부측 법률대리인은 "담배는 기호식품이고 흡연의 시작과 중단은 모두 인간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흡연권도 헌법상 권리'라는 게 재정 당국의 시각이다.
담배소송의 공익성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은 담배소송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의무라고 주장한다. 한국 정부가 2005년 비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담배 규제 기본협약(FCTC)'은 "각 당사국은 협약(담배통제)과 관련된 형사 및 민사소송 등에 별도의 지원을 제공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999년부터 여러 건의 담배소송을 진행했던 배금자 변호자는 "소송의 정당성도 있고 승소 가능성도 있는 만큼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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