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4일 북한이 설 이후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열자고 전격 제의해온 데 대해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북측의 의도 분석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북한의 전격적인 제의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북측에 했던 제안에 대해 화답한 성격이 있는데다 대남 도발 등 북한발(發) 리스크가 크게 줄어들게 됐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단 우리 정부는 실무적으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 준비에 큰 장애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남북은 애초 지난해 추석 직후인 9월 25일부터 30일까지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금강산에서 열기로 합의하고 상봉 대상자 명단까지 교환했었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나흘 전에 갑작스럽게 '무기한 연기' 방침을 밝히면서 행사가 무산되긴 했지만, 통일부는 당시 상봉 행사가 개최 직전까지 갔던 만큼 기존에 확정된 100가족의 명단을 그대로 활용할 경우 실무 준비는 1~2주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산상봉 장소가 금강산으로 정해진 데다 2월은 여전히 고령자에게 건강상 부담이 될 수 있는 혹한기여서 상봉 시기가 3월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날씨를 핑계로 2월 말 시작되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키 리졸브ㆍ독수리 연습을 완화할 목적으로 이 기간에 이산상봉 행사를 갖자고 제안할 수도 있지만, 북측이 이산상봉과 군사훈련 문제의 연계를 포기한 듯 우리에게 시기 결정 문제를 맡긴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여전히 북한의 의도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떨치지는 않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서둘러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2일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가 공동운영하는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가운데 지난해에만 3,841명이 사망했다. 198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등록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12만9,264명으로 범위를 넓혀보면 전체 신청자의 44.7%인 5만7,784명이 세상을 떴고, 생존자는 7만1,480명 뿐이다. 최근 10년 사이 급속한 고령화로 매년 약 4,000여명의 이산가족이 유명을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그러나 북측이 이번에도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와 연계를 시도하는 등 다른 방식의 걸림돌이 불거질 수도 있는 만큼 일단은 북한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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