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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선 개혁 외치면서… 공공기관 지정 '주먹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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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선 개혁 외치면서… 공공기관 지정 '주먹구구'

입력
2014.01.24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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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을 2년 만에 다시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고, 정부 지분이 전혀 없는 한국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정부가 일관된 기준 없이 정권의 필요에 따라 지정·해제를 반복하면서 공공기관 제도에 대한 공신력을 스스로 실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4일 이석준 기재부 2차관 주재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2014년도 공공기관 지정안'을 의결했다. 이날 회의에서 산은, 기은, 산은지주 등 3개 기관이 기타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됐다. 공공기관 해제 여부를 놓고 관심을 끌었던 한국거래소는 방만경영 중점관리 대상기관으로 선정된 점을 고려해 공공기관 지정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으로 공공기관은 295개에서 304개로 늘어났다.

산은의 경우 2년 만에 다시 정부의 통제 아래 놓이게 됐다. 기재부는 2년 전 정부가 100% 소유하고 있는 국책은행 산은을 공공기관에서 해제해 특혜 시비를 낳았다. 정부가 내세운 명분은 '인력운영·예산집행상의 제약 때문에 민영화 대상기관으로서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지만, 정권 실세였던 강만수 당시 산은 회장의 힘이 컸다는 게 정설이다. 강 회장은 산은 임직원들에게 '자리를 걸고 공공기관에서 해제시키겠다'고 공언해왔다. 사실상 민간 영업을 하고 있는 기은은 산은에 대한 특혜 시비를 감안한 정부가 패키지로 묶어 공공기관에서 해제한 탓에 이번에도 산은과 운명을 함께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는 반대로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 측근이 이사장 취임에 실패한 이후 2009년 1월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이를 두고 당시 정부 뜻을 거스른 신임 이사장에 대한 사퇴압박 수단으로 공공기관에 지정됐다는 관측이 파다했다. 결국 신임 이사장은 중도 사퇴했다.

문제는 거래소의 정부 지분이 '0%'라는 점이다. 공공기관은 '정부가 출자했거나 정부 재정지원을 받아 설립, 운영되는 기관'으로 크게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으로 나뉜다. 거래소는 정부 지분은 없지만 독점적 사업권을 부여 받았다는 이유로 공공기관에 지정됐다. 하지만 작년 4월 대체거래소(ATS) 설립이 가능해지면서, 법령상 독점구조는 해소된 상태다. 유흥렬 거래소 노조위원장은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 유지는 기획재정부가 만든 법을 스스로 어기는 행위"라며 "설 연휴 이후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최광해 기재부 공공정책국장을 부당 노동행위 혐의로 고소·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정부가 지분을 100% 보유했고, 방만경영이 심각한 한국방송공사(KBS)는 '방송의 중립성'을 명분으로 공공기관 지정을 법으로 막아 놓은 상태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공공기관장에 대한 낙하산 인사를 계속하고 공공기관 지정·해제를 이처럼 자의적으로 운영하면서 대대적인 공공기관 개혁을 주장하는 것은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기 힘들 것"이라며 "공공기관 지정의 기준이나 절차 등에 대해 민간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면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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