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홍명보(45)는 '선수' 홍명보가 했던 역할을 박지성(33·에인트호벤)이 해주길 바랐다.
홍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나섰다. 당시 중앙 수비수 홍명보가 대표팀 내 그라운드 안팎에서 갖고 있던 상징성은 이 한 장면으로 모두 표현된다. 그리고 12년이 지난 지금, 유니폼을 벗은 홍 감독은 후배 박지성이 대표팀의 무게 중심이 돼 주길 기대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후배들을 이끌어달라고 간접적인 구애를 보냈다.
하지만 박지성의 생각은 확고했다. 박지성은 네덜란드 현지에서 가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표팀에 복귀할 생각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홍 감독이 지난 8일 "박지성을 만나 대표팀 복귀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겠다"고 밝힌 이후 약 2주 만에 '대표팀에서 은퇴했다는 내 발언은 유효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로써 홍 감독은 사실상 박지성 없는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을 구성해야 할 전망이다. 박지성을 대체할 베테랑을 찾는 것도 급선무가 됐다.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의 주역인 기성용(선덜랜드) 구자철(마인츠), 대표팀의 현 주장인 이청용(볼텐)과 손흥민(레버쿠젠) 등은 아직 젊다. 해외리그 경험만으로 월드컵의 중압감과 긴장감을 모두 메울 수는 없다는 평가다.
소식을 접한 축구계는 일단 박지성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황성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은 팀의 전지훈련지인 터키 안탈리아에서 "나 스스로는 선수로 뛰는 한 대표팀에 있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모두가 같을 수는 없기에 선수의 생각을 존중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A매치 통산 103경기에서 50골을 터뜨린 황 감독은 "세간의 관심이 많아서 박지성의 대표팀 복귀 논란도 일어나는 것"이라면서 "이제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홍 감독과 박지성이 직접 만나서 잘 정리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하석주 전남 감독도 지난 23일 태국 방콕에서 팀 훈련을 지휘하면서 "박지성 본인도 대표팀 문제로 힘들 것이다. 지금까지 얘기한 것도 있고 후배들을 밀어내고 월드컵 본선만 뛴다는 것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며 "어쨌든 대표팀 복귀 문제는 박지성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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