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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들의 최후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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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들의 최후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입력
2014.01.24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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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들의 최후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이런 말을 입에 올렸을까. 전자책 사업으로 종이책의 숨통을 죄어들어가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사람들의 시선 끝에 천 년도 넘게 머물렀던 책을 일거에 스마트폰으로 대체해버린 애플의 팀 쿡? 인터넷 검색으로 모든 궁금증을 풀 수 있다고 장담하는 에릭 슈미트나 래리 페이지?

모두 아니다. 이 말을 한 사람은 놀랍게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어사전인 옥스퍼드사전의 대표 편집장 마이클 프로핏(48)이다. 그는 최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옥스퍼드사전의 명성을 소중히 여기는 만큼 그것이 사람들에게 실용적인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내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런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닌 것이 13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영어권에 가장 권위 있는 이 사전은 2010년에 이미 종이 인쇄 중단할 수 있다는 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 사전을 펴내는 옥스퍼드 대학출판부 최고경영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인쇄판 사전 시장이 연간 수십%씩 사라지고 있다"며 "제3판은 인쇄판 대신 온라인판으로만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옥스퍼드사전은 1989년 제2판(전 20권)이 나왔는데 한 질 가격이 995달러(106만원)로 21년간 고작 3만 질이 팔렸을 뿐이다. 하지만 연간 295달러를 내면 볼 수 있는 이 사전의 온라인판 사이트 방문은 한 달 평균 200만회에 달한다.

옥스퍼드출판부의 이 같은 발표에 옥스퍼드사전의 역사를 다룬 을 쓴 영국 저술가 사이먼 윈체스터는 "선견지명"이라며 "6개월 전만해도 인쇄된 책이 영원하리라고 여겼지만 아이패드 출시 후 완전히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 역시 "인쇄형 책이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며 "이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프로핏 편집장의 사전에 대한 '사망선고'도 이런 맥락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문학작품의 생산이 갈수록 디지털화하지만 그럴수록 옥스퍼드 사전이 더욱 필요해진다고 말했다. 옥스퍼드 사전에 있는 인용 문구의 대부분이 문학 텍스트에서 온 것이고, 디지털화한 문학 텍스트와 옥스퍼드 사전 사이의 링크 시스템을 창작 작업에서 중요한 역할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갈수록 전통의 사전과 인터넷 검색 사이의 구분이 흐려지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옥스퍼드만이 갖는 권위, 그에 대한 자부심은 양보하지 않았다. 다른 사전이 따라올 수 없는 정제된 정의(definition), 오랜 세월에 걸쳐 그 어휘가 어떻게 사용돼 왔는지 추적할 수 있는 인용구 같은 것들이다. 문제는 이런 권위를 누구나 인정하는데도 불구하고 이 사전을 갈수록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격이 역시 최대 걸림돌이다. 100만원이 넘는 인쇄판은 물론이고 온라인판마저도 해마다 30만원이 넘는 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잘 팔리지 않는다.

프로핏 편집장은 "(권위 있는 사전을 만든다는)옥스퍼드의 첫 번째 원칙은 확고하다"면서도 "하지만 어떻게 그것을 나타낼지,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는 (지금과 다르게)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구독자들을 완벽하게 활용하고 있지 못하다는 문제의식 아래 좀더 싼 가격에, 더 효율적인 사이트로 바꾸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프로핏 편집장은 올해로 입사 25년째다. 그가 신참이었을 때 옥스퍼드는 완전히 다른 항해를 시작하려는 시점에 있었다. 옥스퍼드가 세상에 처음 나왔던 19세기에는 사전을 만들 때 가장 큰 어려움은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단어들을 설명하기 위해 먼지 수북한 책들을 뒤져서 알맞은 인용구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정반대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정보가 넘쳐나는데 그 중에서 어떤 것이 알맞은 것인지 고르는 작업에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옥스퍼드 사전 인용구의 대부분이 문학 텍스트였다. 그러나 요즘 텍스트는 훨씬 포괄적이다. 블로그나 트위터 포스팅, 묘비 인용문들과 심지어 고등학교 연감에 적힌 글까지 포함한다.

옥스퍼드 사전의 목표에도 '정확한 영어' 사용을 위한 준거 제시 뿐 아니라 최신의 그리고 실제 어휘 사례를 찾아내는 것이 추가됐다. 이 때문에 옥스퍼드 사전에 십대들의 비속어나 마케팅 특수 용어 같은 게 등장하는 거 아니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옥스퍼드 사전은 새 개정판인 제3판 작업이 한창이다. 80명의 편찬자가 참여하는 이 작업을 마무리하는 데는 약 10년 이상 걸릴 전망이다. 옥스퍼드 대학출판부는 "인쇄판을 구입하는 사람이 여전히 있기 때문에 당장 출간을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제3판의 경우는 "완성 시점에서 수요를 감안해 인쇄판 출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연주 인턴기자(이화여대 영문과 3년)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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