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노진규(22ㆍ한국체대)가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을 위해 암과 싸워왔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노진규는 지난 22일 서울 노원구 원자력병원의 전대근 박사에게 왼쪽 견갑골 아래 골육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골육종은 뼈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암)의 일종이다. 10∼20대 남성의 무릎이나 팔 등에 가장 많이 발병하지만, 실제 환자는 100만 명 가운데 15명 정도로 흔치 않은 질병이다.
노진규는 지난해 9월 처음으로 자신의 몸에 종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조직검사 결과 양성 종양이라는 판정을 받았고 수술을 소치올림픽 이후로 미룬 채 통증을 참아가며 월드컵 시리즈를 마쳤다.
그러다가 지난 14일 노진규는 훈련 도중 팔꿈치와 어깨가 부러지는 불의의 부상을 입었다. 원래 좋지 않은 어깨 부위를 또 다치며 수술대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노진규와 부모님은 9월 발견한 종양까지 제거하고자 했다. 그런데 처음 발견했을 때 길이 6㎝이던 종양은 어느새 13㎝까지 자랐고, 애초 알고 있던 것과 달리 악성인 것으로 판명됐다.
전대근 박사는 "견갑골 아래쪽은 골육종이 잘 생기는 부위가 아닌 데다, 양성 종양인 거대세포종과 혼동하기 쉽다"면서 "수술하면서도 처음에는 거대세포종이 검출됐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더 깊은 부위를 검사해 보니 골육종이 발견됐다"고 했다. 이어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다만 노진규가 6∼8개월간 항암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진규는 2011년 세계선수권 종합 우승, 그 해 열린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에 오르는 등 김기훈-김동성-안현수의 뒤를 잇는 남자 쇼트트랙의 에이스였다. 2012년 세계선수권 역시 남자 1,500m에서 우승하며 이 종목 세계 최강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2010년 밴쿠버 올림픽이 끝난 뒤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발탁, 동계 올림픽에 출전한 경험은 없다. 주변에 암을 숨긴 채 혹독한 훈련을 소화한 건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이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노진규는 위기에 빠진 남자 쇼트트랙을 위해 '도우미' 역할을 자청해 안타까움이 배가 되고 있다. 노진규는 지난해 4월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 소치올림픽 개인 종목에는 출전할 수 없는 처지였다. 남자 5,000m 계주에만 나설 수 있었다. 그러나 후배들이 잇달아 월드컵에서 부진한 성적으로 올림픽 티켓마저 장담할 수 없게 되자 작년 9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남자 1,500m에 출전해 우승했다. 정작 본인은 이 종목에 출전할 순 없어도 한국의 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큰 힘을 보탠 것이다.
빙상연맹관계자는 "그 동안 노진규가 정말 열심히 훈련했는데 안타깝다. 병상에 누운 노진규가 '계주만큼은 꼭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고 응원을 보냈다"며 "항암 치료가 끝나면 다시 스케이트화를 신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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