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시달리는 저소득층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지급되는 복지 예산이 정부 당국의 관리ㆍ감독 소홀로 인해 줄줄 새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복지부정신고센터가 출범 100일을 맞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그간 적발된 부정 수급 액수가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약자 개개인을 위해 쓰여져야 할 돈을 일부 양심불량자들이 가로챈 것이니 금액 규모와 상관없이 죄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사례를 보면 요양시설이나 복지관 등 사회복지시설과 관련된 부정 수급이 가장 많았다. 구체적으로 기관 대표 등이 운영비 보조금을 착복하거나, 직원 수와 식자재 비용 등을 부풀려 그만큼 늘어난 보조금을 가로챈 경우가 많았다. 또 경로식당 이용자를 허위로 기재하거나 아예 이중장부를 작성해 매월 일정액을 빼돌린 사례도 있었고, 중복 지급이나 해당 사항이 없는 무자격자에게 지급된 건수도 적지 않았다.
이번에 적발된 31건 외에 지금까지 접수된 부정 신고는 190건, 신고 상담은 587건에 이르고 있어 추후 조사 결과에 따라 부정 수급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권익위가 어제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신문고를 이용한 국민 740명 중 424명(57.3%)은 '부정 수급 사례를 보거나 알게 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이 중에는 지역 사회에 기반을 둔 사회적 기업이나 어린이집 등지에서 복지 기금을 임의로 편취했다는 신고 내용도 있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복지 예산 100조원 시대'라고 하지만 사회적 약자를 위한 우리의 복지 안전망은 선진국에 비하면 미흡하기 짝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복지 전달체계에 대한 관리ㆍ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지급되는 예산마저 엉뚱한 곳으로 흘러 들어간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권익위에 접수된 부정 신고와 신고 상담 사례들에 대해 철저한 검증이 있어야 한다. 당국은 더 이상 복지 예산이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적발된 부정 수급 연루자들은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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