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들에게는 각기 자기만의 소설 쓰는 습관 같은 게 있다. 카페 구석 자리나 다락방 같은 특정한 장소를 고집하는 작가도 있고, 특정한 음악을 틀어놓는 작가도 있다. 커피나 담배 없이는 한 줄도 못 쓰는 작가도 있고 어떤 작가는 북실북실한 강아지를 끌어안아야만 소설이 써진다고 한다. 내게도 좀 독특한 습관이 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동시에 여러 편의 소설을 쓰는 것이다. 한창 많이 쓸 때 나는 단편 네 편과 장편 두 편을 동시에 쓴 적도 있다. 진득하게 한 편에만 집중하면 작품의 완성도도 높아지고 작업 공정도 효율적일 텐데, 나는 도통 그러질 못한다. 한 작품만 쓰는 것은 어쩐지 지루하고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소설을 쓰다 보면, 예의 또 다른 이야깃거리가 떠오른다. 나는 그것을 좀처럼 외면하지 못한다. 그것이 휘발되어서 날아갈까 봐 두렵다. 결국 나는 쓰고 있던 소설을 잠시 닫고 새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동안 새 소설을 쓰다 보면 어느 사이 닫아두었던 소설이 다시 나를 잡아 끈다. "내게 돌아올 때가 되지 않았어?"라고 소리치는 것만 같다. 그러면 닫아두었던 창을 열고 먼저 쓰고 있던 소설을 쓴다. 그러다가 또 다른 소재가 떠오르면 새 창을 열어서 제3의 소설을 쓴다. 이런 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내게는 언제나 소설을 쓰는 연중무휴의 스타일이 생겼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골고루 마음을 쓰면서 어떤 소설도 소외시키지 않은 것이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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