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일본 방해 뚫고 2년 만에 결실… 하원 통과·주지사 거부권 '고개' 남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일본 방해 뚫고 2년 만에 결실… 하원 통과·주지사 거부권 '고개' 남아

입력
2014.01.24 11:58
0 0

"아마추어가 프로를 이겼다."

23일 낮 12시 미국 버지니아주 의사당 본회의실. 주상원에서 마침내 공립학교 교과서 동해병기 의무화법안이 통과되자 '미주한인의 목소리' 피터 김 회장은 "이겼다"고 소리쳤다. 김상균 리치몬드 한인회장은 "다위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고 말했다.

아마추어와 작은 다윗은 물론 재미동포 사회를, 프로와 거인 골리앗은 로비회사까지 동원한 일본 정부를 가리킨다. 이번 법안은 버지니아주 공립교과서에 일본해와 동해를 같이 표기해 가르치라는 것이다. 아직은 50개주 가운데 1곳에서, 그것도 하원 통과를 남겨둔 반쪽 승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국 교과서에 동해가 표기되는 상징성이 큰데다, 한인사회 이슈가 의회에서 통과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버지니아주는 2016년 6개 주와 함께 공용교과서를 채택할 예정이어서 법안 통과로 '일거다득'의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이번 법안 통과는 일본의 총력 저지 로비를 뚫고 2년 만에 일궈낸 것이어서 더욱 값지다는 평가다. 동해병기 외교전에서 선수를 친 곳은 일본이었다. 일본은 버지니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로비회사를 고용, 의원들을 상대로 사전 로비전을 폈다. 표결 하루 전인 22일에는 사사에 겐이치로 주미 일본대사가 매컬리프 버지니아 주지사와 전격 회동까지 했다. 사사에 대사는 지난해 12월 공식 취임 전의 매컬리프 주지사에게 서한을 보내 미일 경제관계가 손상을 입을 수 있다며 법안 반대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상원 표결 직전 매컬리프 주지사의 최측근 도널드 매키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갑자기 일본해 단독표기를 주장하는 수정안을 내기도 했다. 본회의실에서는 일순 긴장감이 돌았지만 일본의 총력 로비도 한인들이 주도한 동해병기의 대세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매키친 원내대표의 수정안이 거의 만장일치로 부결되자, 방청석에서 손에 땀을 쥐며 지켜보던 한인 120여명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이어 동해병기 법안(S.B.2)이 찬성 31, 반대 4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되자 한인들은 부둥켜 안고 환호했다. 미국에서 견고해진 한인 유권자들의 입지를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일본은 연방의회에서 위안부 결의안 관련 내용을 담은 통합 세출법안이 통과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다시 일격을 맞은 셈이다.

그러나 동해병기 법안의 한일 외교전은 이제부터가 사실상 본게임이다. 조만간 이 법안을 표결에 부칠 버지니아주 하원은 의원 100명 가운데 동해병기를 약속한 사람이 20명 정도다. 일본은 일찌감치 승산이 없는 상원을 포기하고 하원 의원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원을 통과해도 법안 거부권이 있는 주지사라는 고개를 또 넘어야 한다. 지난해 11월 주지사 선거 때 동해병기 법안 지지를 약속했던 매컬리프 주지사는 최근 "그런 약속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을 바꾼 상태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