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 나아가 윤리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소비자이면서 기업을 구성하는 인자로서 산업화의 단물을 마시고 있지만, 동시에 비윤리에 대한 책임을 진다. 중국의 오염된 하천, 쥐꼬리만 한 임금을 받으며 일자리를 지키는 방글라데시의 주민들, 바다에 가라앉고 있는 몰디브, 어린 목숨을 담보로 노동하는 아프리카의 아이들. 이 모두가 기업의 생산과정과 소비자의 소비과정이 함께 만든 비윤리의 현실이다. 그래서 그 죗값은 기업인과, 소비자의 후손이 함께 치러야 할 일이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의 뉴욕 특파원인 저자가 구글, 삼성전자, 애플, BMW 등 세계 50개 기업의 윤리 평가를 모아 보고서를 만들었다. 이 책은 저자가 독일의 사회적 책임 평가 업체 외콤리서치의 평가 자료 등을 기반으로 한 보고서들과, 기업윤리의 한계와 그 실제에 대한 고찰로 이뤄져 있다.
책은 자본주의를 지탱하며 수익을 내야 하는 숙명의 기업들이 비윤리적인 결과물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느냐는 물음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과거 충돌했던 '나쁜' 기업과 그린피스나 세계자연보호기금 같은 '좋은' 단체만으로 구분되는 게 아니라 이들이 협력하는 영역이 늘고 있으며 그래서 기업과 소비자의 책임을 함께 묻는 윤리 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힘과 영향력을 날로 키워가는 구글에 4점(5점 만점)의 윤리 점수를 부여하면서 "(평가하기가) 까다롭다"고 평가한다. 개인 정보보호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검색엔진업계의 독점, 전통 매체들을 궁지로 몰았다는 점, 그리고 구글어스를 위해 세계를 측량한다는 점 등으로 구글의 윤리 수준을 살핀다.
"국가 속의 국가처럼 돌아간다"는 삼성전자와 관련해 이 책은 삼성의 '성공의 그늘'을 집어서 말하기 쉽지 않다고 본다. 작업장 환경이 유해해 노동자들이 발병했고 기업 문화가 권위적이라는 비판도 알지만 저자는 하청업체 의존도가 낮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저자는 "삼성이 거물 중 하나가 됐으니 윤리 프로필이 조만간 더 뚜렷해져야 한다"면서 윤리 점수 3점을 주었다.
미국의 커피 문화를 전세계에 퍼트린 스타벅스는 일회용 컵 남용을 초래해 엄청난 쓰레기를 양산했다고 책은 지적한다. 책은 "음료의 25%를 재활용컵으로 제공하겠다는 계획이 어느새 폐기됐다"며 윤리 점수를 3점으로 매겼다.
하청업체인 폭스콘 중국 공장 노동자들의 잇단 자살로 물의를 빚은 애플이지만 저자는 최악의 평가를 내리지는 않는다. 폭스콘 노동자 자살 이후 팀 쿡 애플 CEO가 하청업체 명단을 모두 공개했고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태 발자국 비율을 꾸준히 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3점의 윤리 점수를 부여한 것이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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