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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아무도 사과하지 않는 '공약 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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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아무도 사과하지 않는 '공약 파기'

입력
2014.01.2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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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 포기가 아니라 공약 개선일 수 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의 백지화 결정을 이렇게 포장했다. 황 대표는 이어 정당공천 폐지의 위헌성을 들어 "공약의 전면적 이행은 무책임하다"고 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도 "공약의 수많은 부작용을 알고도 정치적 공격이 두려워 강행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집권 여당이 공약을 번복하며 내놓은 수사(修辭)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공약 이행을 무책임한 행위로 몰아붙이면서 공약 파기의 무책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사과도 없다. 공약 파기의 이유로 '위헌 요소를 포함한 숱한 부작용'을 내세우는 대목에서는 애초 공약을 제시할 당시 검토도 하지 않았다는 것인지 어리둥절할 뿐이다.

새누리당은 공약 파기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당공천을 유지하는 대신 오픈프라이머리(개방형 예비경선)를 '공약의 개선안'이라고 밀어붙일 태세다. 하지만 오픈프라이머리는 상대 당의 경선 투표에 참여해 경쟁력 없는 후보를 뽑는 '역선택' 문제 때문에 여야 어느 한쪽만 실시할 수 없는 제도다.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때도 비박계 후보들이 강력히 요구했지만 박근혜 당시 후보의 거부로 무산된 적이 있다. 때문에 당내에서조차 "공약 파기 비판 여론을 피해가려는 국면전환용 카드"라며 실효성을 믿지 않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최근 정당공천 폐지 공약 논란과 관련해 '여야 공동 대국민 사과'를 제시했던 점까지 감안하면 공약 파기 비난을 피해보려는 새누리당의 노력이 눈물겨울 지경이다. 공약 파기에 대해 사과할 것이 없는 민주당이 '황당한 제안'이라고 일축하면서 없던 일이 됐지만 새누리당으로서는 적잖은 흠집이 났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새누리당이 숱한 무리수로 공약을 파기할 실익이 있을까'하는 의문마저 든다. 도리어 공약 파기 부분은 국민 앞에 과감히 사과하고 공약의 잘못된 대목을 바로잡아가는 정공법이 국민 신뢰를 확보하는 훨씬 수월한 방법이 아닐까?

강윤주 정치부 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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