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역대 정권이 가장 신뢰하던 조직이다. 시위 진압은 물론 여론 동향 보고 등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궂은 일들을 담당해왔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경찰을 '권력의 시녀'라 비꼬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끈끈했던 청와대와 경찰 사이에 최근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23일 청와대 안팎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중순 청와대의 한 수석실에서 파견 근무를 하던 경찰관 10여명 중 대다수가 원래 소속된 경찰관서로 복귀했다. 최소 인원만 잔류하고 나머지는 철수하라는 청와대 측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원, 군 기무사령부 등에서 이 수석실에 파견한 인원은 그대로 둔 채 유독 경찰에게만 철수 지시가 내려진 것은 청와대가 경찰에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또 파견 근무자는 교체인원이 정해진 뒤 인수인계를 하고 철수하는 게 관례지만 이번에는 인수인계도 없이 갑자기 철수가 이뤄져 이례적이다. 다른 수석실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파견 경찰관 2명을 돌려보내 이상기류는 청와대 비서실 전체에 흐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달 말 치안감 인사를 두고 불거진 정치권 입김 논란의 진원지가 경찰로 지목됐기 때문이라는 등 여러 설들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와 관련된 각종 정보, 소문 등이 파견 경찰관들을 통해 흘러 나간다는 의심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에서도 "인사검증 중 경찰의 신원조회 과정에서 정보가 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여기에 지난해 11월18일 박근혜 대통령의 첫 국회 시정연설 뒤 강기정 민주당 의원과 22경호대 경찰관 사이에 벌어진 폭력사태도 불신의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 서울경찰청 소속으로 청와대 경호실을 지원하는 22경호대에는 최근 근접경호를 자제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는 말도 돌고 있다.
청와대 파견 경찰관은 비서관(치안감) 등 사회안전비서실 4, 5명을 비롯해 수십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확한 인원은 대외비로 관리돼 공표된 적이 없다. 경찰청이나 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이 파견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경찰서에서 바로 발탁되는 경우도 있다.
조직 안에서는 청와대와의 관계를 두고 뒷말이 많지만 경찰은 공식적으로 청와대 파견인원 축소 등 이상기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파견 근무는 절차상 공문을 통해 이뤄지는데 아직 인원 축소나 교체 등에 대한 어떤 공문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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