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진시황의 땅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에 새로운 거점을 구축한다. 삼성전자가 중국 내 단일 외국기업으로는 최대 규모인 75억 달러 투자를 통해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가운데, 삼성SDI도 약 6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중국 내륙에 최대 생산 거점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삼성SDI는 중국 산시성 정부, 안경환신 그룹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에 대한 3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삼성SDI는 내년 가동을 목표로 올 하반기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공사에 착수, 앞으로 5년 동안 약 6억 달러를 단계적으로 투자한다.
삼성SDI는 앞서 미주(크라이슬러 F500e), 유럽(BMW i3) 공급 계약에 이어 중국 진출을 통해 '빅3' 전기차 시장 공략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박상진 사장은 "중국 정부가 2020년까지 순수 전기차(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 500만 대를 보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중국 내 자동차 엔진의 피스톤 및 실린더 분야 1위 업체인 안경환신과 손잡고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소형 배터리에 이어 중대형 배터리에서도 점유율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특히 삼성SDI는 공장 부지를 현재 삼성전자가 짓고 있는 시안 반도체 공장 근처로 잡았다. 회사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도로, 전력 등 인프라를 개선했기 때문에 여기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전자와 이웃해 있어 물류 등에서 다양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삼성SDI는 당초 중국의 다른 지역에 진출하려 했지만 삼성전자와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계획을 바꿔 산시성 시안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12년 9월부터 70억 달러를 들여 시안에 10나노미터(nmㆍ1nm=10억분의 1m)급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을 짓고 있으며, 현재 공사를 마무리 하고 시험 생산 중이다. 또 조만간 5억 달러를 들여 낸드플래시 후공정 라인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해 반도체, 소프트웨어, 스마트폰, TV, 생활가전을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할 융합연구소인 '시안 연구개발(R&D) 센터'도 열었다.
삼성이 이렇듯 시안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중국 서부대개발의 거점 도시로 꼽힐 만큼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이곳을 베이징, 상하이에 이은 중국 제3 도시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특히 산시성 정부는 '디지털 산시'를 표방하며, IT분야에 2013년 3분기까지 70억 위안(약 1조2,000억 원)을 투자했다.
때문에 삼성뿐만 아니라 미국 IBM과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일본의 NTT도코모 등 글로벌 기업들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이 곳에 경쟁적으로 R&D 센터나 지사를 세우고 있다.
김종복 KOTRA 시안무역관 관장은 "시안은 오래 전부터 서안교통대 등 유명 이공계 대학과 국가급 연구소가 많아 IT 전문 인력들을 많이 배출하고 있다"며 "차세대 네트워크, 클라우드 컴퓨팅, 소프트웨어와 집적회로 등 새로운 IT 기술 육성에 열심"이라고 전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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