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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 완화의 어머니' 옐런, 테이퍼링 '고난도 퍼즐' 잘 풀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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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 완화의 어머니' 옐런, 테이퍼링 '고난도 퍼즐' 잘 풀어낼까

입력
2014.01.2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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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중앙은행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새 역사가 다음달 1일 쓰여진다. 재닛 옐런 현 부의장이 벤 버냉키 의장에 이어 제16대 Fed 의장으로 공식 취임한다. 옐런 차기 의장은 Fed 100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수장이며 폴 볼커(1979년 취임) 전 의장 이후 첫 민주당원 출신이다. 하지만 옐런의 도전 과제는 만만치 않다. 금융위기 당시 풀린 어마어마한 돈을 조금씩 회수(테이퍼링)해야 하는 동시에 이제 막 지펴지기 시작한 경기회복세도 유지해야 한다. 여전히 불안한 고용시장, 그리고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역시 걷어내야 한다. 과연 옐런의 Fed는 어떤 모습일까.

영재 소녀에서 양적완화의 어머니로

1946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옐런은 어린 시절부터 영재로 불렸다. 포트해밀턴 고등학교를 수석 졸업했고, 명문 아이비리그 브라운대에 입학했다.

그가 자신만의 철학을 만들게 된 건 제임스 토빈 예일대 교수의 강의를 들게 되면서다. 토빈은 "시장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믿는 대표적인 케인스주의자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 그는 토빈 교수를 따라 예일대로 대학원을 진학해 그 밑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으며 실업에 초점을 맞춘 경제학자로 자리잡았다.

옐런은 이후 하버드대 조교수를 거쳐 77년 Fed 이코노미스트로 합류하면서 Fed 첫 인연을 맺는다. 그는 당시 Fed에서 근무하던 지금의 남편 조지 애커로프를 만난다. 애커로프는 2001년 정보 비대칭 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학자. 애커로프는 한 책에서 "우리는 성격만 딱 맞았던 게 아니라 거시 경제에 대한 입장 역시 완전히 일치했다"고 말했다.

옐런은 94년 Fed 이사로 중앙은행에 합류한 뒤 빌 클린턴 정권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97~99년)을 역임하며 주목받기 시작했고,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지냈다. 그 당시 언론에서 "샌프란시스코가 거시경제의 중심지로 바뀌었다"는 극찬을 쏟아낼 만큼 그의 경제전망은 남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옐런의 경제 전망 발언을 분석한 결과 38건 중 36건이 적중했다고 보도했다. 2005년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한 위험 경고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옐런은 경제학자로서 또 정책입안자로서 실업문제를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2004년 남편과 함께 쓴 논문에서 "중앙은행이 장기실업을 외면해서는 안되며 국가가 직접 나서 해결해야 한다"고 담았을 정도다. 이 때문에 Fed의 첫 번째 목표가 물가안정이지만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은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지금까지 그의 일관된 입장. 2008년 채권 매입을 통해 4조달러(약 4,000조원)의 돈을 시중에 푸는 양적완화 프로그램은 그가 버냉키 의장과 함께 설계한 것이었다. 그에게 '양적완화의 어머니'란 별명이 붙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옐런호(號)가 넘어야 할 파도는

첫 관문을 통과하는 것이 늘 쉽지 않은 법. 옐런에게 첫 임기를 맞는 올해는 간단치 않다. 이미 양적완화를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간다는 Fed의 방침이 정해진 상태. 그 속도와 규모를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미국 경제, 나아가 세계 경제는 순항을 할 수도, 요동을 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이렇게 많이 돈을 풀어본 적도 없었지만, 이렇게 많이 풀어놓은 돈을 거둬들인 적도 없었던 만큼 누구도 그 파급을 가늠할 수 없다. 이제 옐런의 Fed가 퍼즐을 풀 듯 이 난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무게중심이 '비둘기파'에서 '매파'로 다소 옮겨가면서 옐런으로선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FOMC는 7명의 Fed 이사(의장·부의장 포함)와 12명의 지역 연방은행 총재가 모두 참석해 의견을 나누지만, 정책결정에 대한 투표권은 이사 7명과 5명의 연방은행 총재(뉴욕은 당연직, 4명은 1년씩 교대) 등 12명만 갖는다. 새로 지명된 이사를 포함해 Fed 이사는 대부분 비둘기파거나 온건 비둘기파 성향인 반면 올해 투표권을 갖는 연방은행 총재 가운데 찰스 플로서(필라델피아)와 리처드 피셔(댈러스)는 강성 매파로 분류된다. 샌드라 피아날토(클리블랜드)는 중립 성향이다.

특히 스탠리 피셔 차기 부의장(전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와의 호흡을 두고도 물음표가 붙는다. 매파 성향으로 알려진 피셔 전 총재는 카리스마가 워낙 강해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며 옐런과 충돌할 경우 테이퍼링 과정에서 시장 혼란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월가 일각에서는 옐런이 실업률을 낮추려고 인플레이션에 너무 관대한 경향이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은 상태. 당장은 물가가 워낙 낮은 탓에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지만, 향후 상황이 바뀌면 충돌의 소지가 다분하다. 하지만 피셔를 이 자리에 추천한 이는 옐런으로 알려져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피셔는 옐런이 위기 대응에 약하다는 비판을 잠재울 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과연 옐런의 Fed가 숱한 파도를 넘어 순항할 수 있을지 온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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