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방위비 분담금(한국 정부가 부담하는 주한미군 주둔경비)이 예치된 미국 은행 계좌에서 이자가 발생했다는 점을 11일 체결된 제9차 한미 방위비분담협정(SMA) 협상 때 미국 정부가 인정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금껏 미국의 사기업이 우리가 준 돈으로 세금도 내지 않고 수익을 올려온 셈이어서 SMA 국회 비준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23일 "그 동안 '방위비 분담금 미집행금은 역내 커뮤니티뱅크(CB)의 무이자 계좌에 입금돼 있다'고만 강조해 온 미 측이 이번 9차 SMA 협상 과정에서 'CB가 모회사 격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자금을 다시 예치하는 방식으로 이자 수익을 창출해 왔다'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 측은 CB 이자 수익에서 주한미군 또는 미 국방부에 이전된 부분은 없다고 해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측이 매년 사용하지 않고 축적한 방위비 분담금으로 이자 소득을 얻고 있다는 의혹은 2007년부터 제기돼 왔으며, 진보 성향 시민단체인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은 이와 관련, "기지이전 비용으로 분담금을 쌓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이자 수익이 3,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이자소득세를 내지 않고 있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 청구를 한 상태다.
최근 국방부와 외교부, 서울지방국세청 등 3곳을 대상으로 예비조사를 하고 있는 감사원은 이자소득 발생과 관련한 미 측의 확인에 따라 본 감사를 실시할 가능성이 커졌다. 과거 CB가 미 정부 소속 기관이어서 조세 협약에 따라 과세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던 국세청도 미 상업은행의 이자 소득에 대한 과세 여부, 과세 시 소급 적용 여부를 가늠하기 위한 법적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집행되지 않고 CB에 예치된 분담금은 7,100억원으로, 초단기인 콜금리(2.5%)를 적용해도 연간 178억원의 이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고, 여기에 12%의 소득세율을 적용하면 연간 세금은 21억원에 달한다. 2002년 이후 12년치를 따지면 탈루 소득세는 360억원으로 추산된다.
정부 관계자는 "이자 발생 문제는 현금 미집행액이 많아 생긴 것으로 앞으로 현물 형태로 분담금이 지원되기 때문에, 2~3년 이내에 미집행액을 다 쓰면 해결될 문제"라고 밝혔지만, 정부의 소극적 대응 등을 놓고 국회 비준 과정에 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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