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3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었다. 북한이 지난 16일 '중대제안'을 거론한 데 이어 최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잇따라 대남 특수전 부대를 방문하는 등 동향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북한은 앞서 중대제안을 통해 30일부터 남북 상호간 비방과 중상,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핵 재난을 막기 위한 현실적 조치를 취하자고 제의했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날 회의에서는 북한의 다음 수순, 중대제안에 담길 액션 플랜이 뭔지가 중점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북한의 향후 예상 시나리오에 대한 우리 정부 대응도 세부적으로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이던 18일 북한의 중대제안과 관련, "북한이 이런 선전 공세를 할 때일수록 대남 도발 등에 더 철저히 대비하고 철통 같은 안보태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안보 관계부처 장관들에게 지시한바 있다.
이와 함께 회의 참석자들은 김정은이 대남 침투의 전초기지인 특수전 부대를 연이어 방문한 의도에도 주목했다.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20일 항공육전병(우리의 공수부대)의 야간훈련을 불시에 참관한 데 이어 23일에는 공군 특수전부대인 인민군 323부대의 전술훈련장을 찾았다. 특히 평양 인근의 한 공항에서 이뤄진 20일 훈련의 경우 국내 공항에 대한 테러와 도발을 염두에 두고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김정은이 순시한 곳은 AN-2기를 타고 공중으로 침투하는 부대로, 공격성이 있는 부대"라며 "김정은이 그런 부대에 대한 순시활동을 자꾸 (북한) 언론을 통해서 내보내는 것은 북한의 대남 도발성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AN-2기는 우리 군의 레이더망에 잘 잡히지 않는 저고도 침투용 항공기로, 20만 명에 이르는 특수전 병력을 유사시 남측으로 은밀하게 침투시킬 수 있는 북한의 대표적인 비대칭무기로 꼽힌다. 북한은 AN-2기를 300대 이상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중대제안과 특수전 부대 시찰로 이어지는 북한의 최근 움직임이 고도의 심리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대화와 도발 중 어느 한쪽으로 방향을 틀기 보다는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동시에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당장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낮지만 그렇다고 전격적으로 대화에 나설 지도 의문"이라며 "일부러 김정은의 동선을 노출시키는 등 이런저런 방식을 동원해 우리 정부의 반응을 떠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김 실장 외에 류길재 통일부 장관,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남재준 국정원장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해외 출장 중이어서 김규현 1차관이 대신 참석했다. 국가안보정책조정회의는 통상 매주 목요일 열린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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