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가 지역주민과 갈등을 빚고 있는 서울 용산구 화상경마장 입점을 강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자 서울시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이전 재검토를 촉구했다.
서울시는 23일 대변인 명의로 입장을 발표하고“한국 마사회가 주민과 교육 관계자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용산 화상경마장을 학교 주변인 입점 예정지로 이전을 강행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며 “이전을 재검토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마사회는 용산역에 있던 화상경마장을 전자랜드 옆 18층 규모의 신축 건물로 이전할 계획이지만 이 건물이 성심여중ㆍ고와 불과 235m 떨어져 있는 등 복합교육구역 안에 있다는 이유로 교육환경이 훼손될 수 있다는 문제제기와 시민들의 반발이 잇따랐다.
서울시는 “입점 강행은 화상경마장을 이전할 때 주거지에서 떨어진 외곽지역으로 옮기도록 명시하고 있는 정부 지침을 정면을 위배하는 것”이라며 “시는 갈등조정관을 추천하는 등 주민들의 요구가 반영돼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해당 건물에 대한 건축허가와 사용승인이 이뤄진 상황이라 시가 실질적으로 이전을 막을 방법은 없는 상태다. 용산 화상경마장은 2010년 6월 건축허가, 2012년 9월 사용 승인까지 받았다. 건축허가 당시 농림부는 학교보건법상 유해시설 설치금지조건인 200m 반경에 해당하지 않아 계획대로 승인했고, 용산구 역시 법적 하자가 없는 건축물에 대해 거부할 명분이 없어 그대로 허가를 내줬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가 지속적으로 이전 재검토 의견을 전달하고는 있지만, 마사회에서 강행한다면 행정적으로 이전을 막을 방법은 없다”며 “화상경마장 영업 시작 후 환경, 소방, 위생 등의 점검 및 행정조치를 통해 유해 환경 조성을 차단하는 게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순찰인원 상시 운용, CCTV 추가 설치, 청소 인력 확충, 주차 공간 확보 등 주민들의 우려에 대해 대안을 제시했고, 6개월 시범운영을 거쳐 문제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폐장하겠다는 제안도 했으나 거절당했다”며 “용산 화상경마장을 통해 새로운 모델을 제안하자는 것인데, 무조건 이전하지 말라고 반대하니 진퇴양난”이라고 말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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