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눈 나쁜 사람 참 흔하다. 그런데도 안경이나 콘택트렌즈에 대한 오해는 여전하다. 잘못된 정보 때문에 오히려 눈 건강을 해치거나 불편을 겪곤 한다. 송상률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교수와 조원경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안과 교수의 도움으로 편견들을 바로잡는다.
안경 쓰기 시작하면 눈 더 나빠진다?
안경 착용 후 시력이 떨어졌다면 안경이 원인이 아니라 눈의 성장에 따른 변화 때문이다. 초등학생 무렵까지는 누구나 원시다. 눈알(안구) 자체가 작기 때문에 물체의 상이 망막보다 뒤에 맺히는 것이다. 하지만 눈 스스로 초점을 맞추는 능력(조절력)이 있기 때문에 누구나 안경을 쓰진 않는다. 조절력이 약하거나 원시가 심한 경우만 안경이 필요하다. 성장하면서 안구가 함께 커지면 반대로 누구나 근시가 된다. 자체 조절력으로 초점을 맞추기 어려울 만큼 안구가 자라면 근시는 심해질 수 있다. 난시는 눈을 비비거나 각막에 상처가 난 뒤 더 나빠지기도 한다.
안경 한번 쓰면 계속 써야 한다?
안구의 성장으로 근시가 생겼어도 눈 자체의 조절력으로 극복할 수 있으면 굳이 안경 안 써도 된다. 그래서 6개월에 한번씩은 안과 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다. 단 선천적인 난시면 초점이 안 맞게 보이는 증상이 줄어들거나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계속 안경을 써야 한다.
안경 썼다 벗었다 하면 시력 떨어진다?
안경을 썼다가 벗거나 벗었다가 쓰면 눈의 조절력이 급격하게 변한다. 갑자기 바뀐 초점을 맞추기 위해 눈이 과도하게 애를 쓰는 것이다. 미처 조절이 안 된 상태에선 눈이 나빠진 것처럼 잘 안 보일 수 있지만, 일시적인 현상이다. 시력 저하에 직접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는 얘기다. 다만 눈이 매우 피로해질 수는 있다.
안경 오래 쓰면 눈이 들어간다?
근시안경(오목렌즈)을 쓰면 눈이 움푹 들어가 작아 보이거나 원시안경(돋보기)을 쓰면 눈이 커 보이기도 하는데, 착시 현상일 뿐이다. 간혹 조절력 이상으로 생긴 사시는 안경을 써야만 눈이 제 위치로 보이기도 한다. 이 외에 안경 때문에 외모가 변하는 경우는 드물다.
부모가 안경 쓰면 자녀도 쓴다?
시력은 안구의 지름 길이를 비롯한 전체 모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안경 쓴 부모의 안구를 닮았다면 자녀 역시 안경을 쓰게 될 확률은 높다. 그러나 일란성 쌍둥이 중에서도 한 사람은 안경을 쓰지만 다른 한 사람은 안 쓰기도 한다. 시력에 유전뿐 아니라 환경 요소가 적잖이 작용한다는 증거다.
자는 동안 콘택트렌즈가 뒤로 넘어간다?
가능성은 0%다. 눈 표면을 덮고 있는 결막은 위와 아래가 막혀 있어 안구 뒤쪽과 물리적으로 분리돼 있다. 콘택트렌즈가 안구 뒤로 빠져나갈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단 제 위치인 눈동자 앞부분(각막)을 약간 벗어나는 건 가능하다. 이럴 땐 눈에 먼지가 들어간 듯한 이물감이 심해지기 때문에 착용자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다.
일회용 콘택트렌즈가 더 안 좋다?
일회용 렌즈가 다회용보다 더 나쁘다는 근거는 없다. 콘택트렌즈 착용자들이 종종 겪는 안구건조증은 렌즈 사용 횟수가 아니라 주로 재질이나 형태에 영향을 받고, 습도나 미세먼지 같은 주변 환경,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 같은 생활습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시력교정술은 되도록 늦게 받는 게 좋다?
시력교정술 후의 시력 퇴화는 대부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평소 생활습관을 조절해 시력 저하 속도를 늦추는 게 중요하지, 시력교정술을 받기로 마음 먹었다면 굳이 늦출 이유는 없다. 안구 성장이 끝난 만 21살 이후에는 빨리 받을수록 안경 없이 지내는 기간이 길어진다. 시력교정술을 한번 받았어도 각막 상태에 따라 추가 시력교정술이나 백내장, 노안 수술이 가능하다. 단 원래 수정체를 빼내고 아예 인공수정체를 넣는 백내장이나 노안 수술은 시력교정술 전의 시력과 각막 상태에 대한 기록이 없으면 수술이 까다로워질 수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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