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경찰서는 국민주택채권을 위조해 은행 돈 110억여원을 가로챈 혐의(유가증권 위조 및 사기 등)로 국민은행 본점 주택기금부 직원 박모(42)씨와 서울 강북구 A지점 직원 진모(38)씨를 구속하고, 비서실 감찰반 직원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2010년 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국민주택채권 견본을 사진 파일로 만들어 프린터로 출력한 913매 중 344매와 실물 없는 채권번호 2,014개, 이미 상환된 채권 번호 93개 등 2,451건을 은행에 가져가 현금으로 바꿨다. 박씨와 평소 친분이 있던 진씨 등 8명은 현금화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박씨는 은행 본점에서 채권업무를 하면서 국민주택채권의 만기가 5~20년에 달해 채권 주인들이 보유 사실을 종종 잊어버린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는 채권의 견본 사진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조작, 소멸시효가 임박한 채권 번호를 넣어 위조한 뒤 은행에 가서 돈으로 바꿨다. 위조가 비교적 정교했고, 국민주택채권이 무기명 채권이어서 신분 확인을 까다롭게 할 필요가 없는데다 창구 직원이 일당이어서 박씨의 범행은 드러나지 않았다. 박씨는 현금화한 110억원 중 원금인 90억원은 자신이 챙기고, 이자로 나온 20억원은 진씨 등 일당에게 나눠준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 등의 범행은 채권 발행 지점이 잘못 적혀 있는 점 등을 수상하게 여긴 은행 직원이 본점 감사실에 제보하면서 드러났다. 은행은 지난해 11월 박씨 등을 대기발령하고 수사기관에 고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는 챙긴 90억원 중 50억원을 주식 투자 등에 썼고, 40억원은 은행에 반환했다"고 말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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