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중국 전현직 지도부 일가의 역외탈세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중국의 대표적 반부패 시민운동단체 '신공민(新公民)운동' 참가자 8명에 대한 재판이 22일부터 사흘 동안 베이징에서 진행돼 주목된다. 당국은 재판 첫날부터 물리력을 동원해 취재진의 접근을 막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22일 베이징 제1중급법원에서 열린 재판의 피고는 신공민운동을 창설한 저명 인권변호사 쉬즈융(許志永ㆍ40)이었다. 쉬즈융은 "변론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공판 내내 묵비권을 행사했고 재판부는 개정 6시간 만에 다음 기일을 정하지 않고 공판을 마쳤다. 쉬즈융의 변호를 맡은 장칭방(張慶防) 변호사는 "쉬즈융에게 유리한 증인 5명의 증언을 신청했지만 재판부에 기각 당했고 경찰은 증언하려던 이들의 거동을 감시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공공질서 교란 혐의로 지난해 8월 체포된 쉬즈융은 유죄 판결 땐 최고 징역 5년형을 받게 된다. 23~24일에는 인권활동가 자오창칭(趙常靑) 마신리(馬新立) 허우신(候欣) 위안둥(袁冬) 장바오청(張寶成), 인권변호사 딩자시(丁家喜) 리위(李蔚) 등 7명에 대한 재판이 열린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4월 이래 신공민운동에 관여한 20여명을 체포했고 이중 3명은 재판을 마치고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공안은 이날 법원 주변을 삼엄하게 경비하며 외신 등 취재진의 접근을 막았다. 영국 BBC는 "사복 경찰들이 법원에서 100m 떨어진 지점에서부터 우리 취재진을 밀어냈다"고 보도했다. CNN 소속 기자도 트위터에 "경찰이 기자들을 거칠게 밀고 일시 구류했으며 취재장비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서구 외교관 10여명도 재판 참관을 요청했지만 '법정이 비좁고 외국인의 중국인 재판 방청은 금지돼 있다'는 이유로 거절 당했다. 한 중국 인권운동가는 "중국 정부는 (비판에)자신감이 없고 그저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평화적 시민운동을 진행한 이들을 재판에 부치는 것은 시진핑 주석이 주도하는 부패 척결이 위선임을 증명한다"는 비난 성명을 냈다.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도 "쉬즈융 재판은 그가 공직사회의 부패를 고발하는 시민운동을 전개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며 즉각 석방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쉬즈융 사건은 일반적인 형사 사건이며 그는 법에 따라 체포된 것뿐"이라며 정치적 탄압이라는 해석을 반박했다. 그러나 BBC는 "신공민운동은 자신들의 목표가 시진핑 지도부의 부패 척결과 보조를 맞추는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히며 빈부격차 해소, 평등한 교육기회 제공, 공직자 재산공개 등 체제 내 온건한 개혁을 요구해왔다"고 지적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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