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기초선거 공천을 폐지하지 않기로 사실상 당론을 모으고도 분명히 밝히지 못하는 어정쩡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제 의원총회에서 다수 의원들이 다양한 이유로 공천 폐지에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그런데도 이를 당론으로 확정하는 대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통째로 떠넘겼다. 대선 공약 번복을 사과하는 절차를 피해가려는 속셈이겠지만, 집권 여당에 기대되는 당당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기초선거 공천을 폐지해야 한다거나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 어느 쪽에도 특별히 공감하지 않는다. 어차피 절대적으로 옳은 제도는 상정하기 어렵다. 공천 폐지로 국회의원의 공천 개입과 불투명한 정치자금의 싹을 잘라낼 수 있을지는 모른다. 또 지방정치까지 중앙의 여야 편가르기에 휩쓸려 풀 뿌리 정치의 특성인 인물중심 선거가 실종된 데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동안 교육감 선거에서 보듯 후보 난립과 그에 따른 선거 무관심이 우려된다. 더욱이 유권자의 중요한 판단 잣대인 정당이 사라져 지역 재력가의 정치 진출을 촉진하는 반면 참신한 정치 신인과 여성 진출을 가로막기 쉽다.
따라서 공천 폐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이런 장단점 가운데 어느 쪽에 눈길을 두느냐의 차이에서 비롯한다. 실제로는 6월 지방선거에서의 유ㆍ불리를 고려한 결과다. 애초에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바람'에 쫓긴 여야가 '낡은 정치' 비판을 피하려고 급히 집어넣은 것이 기초선거 공천 폐지 공약이었다. 지금은 당시와 사정이 많이 다르고,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처럼 정치적 태도도 바뀔 수 있다.
다만 정치 지도자가 거물일수록 스스로의 태도 변화에 대한 설명 부담을 크게 느낀다. 공당, 특히 집권여당의 설명 책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여당의 구렁이 담 넘어가는 듯한 태도가 무책임해 보이는 것도 솔직한 설명을 결여한 때문이다. 황우여 대표나 최경환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의 오픈 프라이머리 주장도 어색하다. 신인과 여성 진출의 필요성을 공천 폐지 불가의 주된 이유로 내세우던 것과는 아귀가 맞지 않는다. 그냥 솔직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당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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