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어린이의 체내 환경호르몬(내분비계교란물질)이 성인보다 1.6배나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금속 역시 선진국 어린이의 7배나 되는 등 어린이들의 유해물질 노출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22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 2년간 전국 초ㆍ중ㆍ고생 1,820명을 조사해 발표한 '어린이ㆍ청소년의 인체 내 환경유해물질 농도 실태조사'에 따르면 내분비계교란물질인 비스페놀A의 소변 속 농도는 어린이(6~11세)가 1.41㎍/g cr로 성인(0.88㎍/g cr)의 1.6배에 달했다. 청소년(12~18세)은 0.74㎍/g cr이었다. 또 다른 내분비계교란물질인 프탈레이트 대사체(MEHHP)의 농도 역시 어린이가 성인보다 1.5배 높았다. 이 물질들은 플라스틱 가죽제품 등을 만들 때 쓰여 "어린이들이 장난감 등을 빨거나 놀면서 노출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환경과학원 박경화 연구관은 설명했다.
환경과학원이 조사한 어린이의 비스페놀A 최고 관측값(9.27㎍/L)은 독일 인체모니터링위원회의 유해기준(1,500㎍/L)보다는 낮다. 하지만 고대안암병원 환경보건센터 서성철 교수는 "미량이라도 호르몬 분비를 억제하고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심하면 성조숙증, 생식기 기형 등을 유발한다.
또 우리나라 어린이의 혈중 수은 농도는 1.93㎍/L로 캐나다(0.28㎍L)의 7배 가까이 됐고, 납 농도(1.26㎍/㎗) 역시 미국(0.98㎍/㎗), 캐나다(0.79㎍/㎗)보다 높았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환경보호청(EPA)이 정한 유해기준(납 10㎍/㎗, 수은 5.8㎍/L)을 넘지 않았으나 환경과학원 유승도 환경보건연구과장은 "기준치 이하에서도 신경계 손상, 학습장애 등을 일으킨다는 보고가 있는 만큼 노출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올해 미취학 아동을 조사해 유해물질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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