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로라하는 정치권 인사들의 이른바 '간보기 정치'가 국민들의 피로감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높다. 출마 여부나 향후 행보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 없이 주변 상황 전개에 따라 모호한 태도로 보이는 데 따른 것이다.
최근 새누리당에선 지방선거 낙관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측이 3월 창당 방침을 밝히면서 서울시장을 비롯한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 모두 후보를 내세우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여야 일대일 대결이라면 쉽지 않은 곳이 많겠지만, 3자구도라면 당초 열세로 여겨졌던 지역에서도 승산이 충분하다.
이러자 그간 출마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인사들, 특히 여권에서 가장 고민이 큰 서울시장 잠재후보군의 발언 뉘앙스가 달라졌다. 지난해부터 '러브콜'을 받아 온 김황식 전 총리가 대표적이다. 줄곧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던 중 4월까지 미국에 머물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변에서도 출마 가능성을 닫아놓는 듯했지만, 최근엔 기류가 확연히 바뀌었다.
김 전 총리는 여권 핵심인사와 만나 출마 의사를 밝혔느니, 경선도 마다하지 않기로 했느니 하는 등의 얘기가 나오자 "공식적으로 출마 제안을 받지 않았다"고 비켜갔다. 당의 공식 제안을 거론하며 사실상 새누리당 지도부를 압박하는 동시에 출마 가능성도 열어놓은 셈이다.
'중진의원 차출론'의 대상자 중 한명인 정몽준 의원의 행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하마평에 올랐지만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특히 연초엔 주변 인사들에게 "좋은 후보를 돕겠다"고 한 얘기가 알려졌고, 이후 정 의원 측근들은 하나같이 서울시장 출마설에 손사래를 쳤다.
그런데 지난 21일 정 의원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면서 "그동안에는 내가 나가지 않아도 다른 좋은 후보들이 많으니 그분들을 돕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출마 의지로 해석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는 얘기다.
민주당 안팎에선 전남지사 출마설이 나오는 박지원 의원에 대해서도 엇비슷한 얘기가 나온다. 차기 당권 도전 가능성을 열어놓고 출마설을 즐기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지난 대선 당시 안 의원이 출마 여부에 대해 수개월간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자 네티즌들이 '간철수'라는 별칭을 붙였었다"면서 "국민들 입장에선 상황에 따라 행보가 달라지는 정치인들을 보면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결국은 정치불신만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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