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여성이 실종 신고 8시간 만에 자신이 근무하던 대형 백화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휴대폰 위치추적 시스템을 보유한 경찰은 요건에 맞지 않는다며 가족들의 위치추적 요구를 거부했고, 소방방재청의 위치추적 시스템은 정확도가 떨어져 소재를 찾지 못했다. 현 위치추적 시스템의 공백 때문에 사망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서울 광진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전 7시쯤 광진구 L백화점 지하 식품매장 창고 앞에서 식품코너 직원 김모(55)씨가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청소 직원이 발견했다. 김씨의 사인은 과로사로 추정된다. 가족들은 김씨가 20일 여동생과의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고 휴대폰도 받지 않자 경찰서와 소방서에 실종 신고를 한 상태였다.
유족은 경찰과 소방서 모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동생 A씨는 20일 오후 8시30분 L백화점으로 연결되는 지하도에서 김씨를 만나기로 약속했으나 밤 늦게까지 연락이 되지 않자 오후 11시40분쯤 112에 위치추적을 요청했다. 그러나 경찰은 15분 뒤 "위치추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소방서에 신고하라고 안내했다.
자정 무렵 신고를 받은 소방서는 김씨가 심장질환이 있다는 A씨의 말을 듣고 응급상황으로 판단, 휴대폰 위치를 추적했다. 휴대폰의 위성항법시스템(GPS) 등을 이용해 반경 20여m 이내로 위치를 찾아내는 경찰의 시스템과는 달리 소방청 시스템은 오차가 최대 3㎞에 달해 구조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지난해 1~7월 휴대폰 위치추적 8만5,773건 중 실제 구조로 이어진 것은 2.5%(2,154건)에 불과할 정도다.
소방청의 이런 부정확한 위치추적 결과를 토대로 소방관 5명과 경찰관 4명이 성수사거리 일대 골목과 건물을 0시10분부터 한 시간 가량 수색했다. 이곳은 김씨가 발견된 곳과 700m 이상 떨어진 지역이다. 엉뚱한 곳에서 헛수고를 한 셈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우리가 사용하는 기지국 방식은 오차가 커서 정확한 위치를 찾는 데 한계가 있다"며 "GPS 방식 도입을 논의 중이지만 동의 없이 개인의 위치정보를 수집한다는 점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상 경찰이 위치추적을 할 수 있는 경우는 아동ㆍ치매노인 실종, 납치 등 긴급한 상황으로 제한돼 있다"며 "김씨의 경우 신고 당시에는 단순 미귀가로 판단돼 이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위치추적을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유족들은 경찰이 정확한 위치추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도 경찰과 소방이 제각각 대응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A씨는 "경찰과 소방서 간 협조가 이뤄져 조금만 빨리 찾았더라면 언니는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휴대폰 위치추적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제진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긴급상황에서의 위치추적은 시민들의 '구조받을 권리'와 직결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이라는 점에서 경찰은 위치추적 요건을 완화하고 소방청은 보다 정교한 위치추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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