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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가게들 "불황에 도둑… 울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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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가게들 "불황에 도둑… 울고 싶어"

입력
2014.01.22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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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0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화장품 가게. 자신을 룸살롱 사장이라고 소개한 선모(50)씨는 "직원들에게 선물할 화장품 100만원어치를 포장해달라"고 주문했다. 가게주인 전모(44ㆍ여)씨가 물건을 찾아 포장 하느라 정신이 없는 틈을 타 선씨는 전씨의 핸드백을 뒤져 83만원을 훔친 뒤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달아났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2011년 11월부터 최근까지 이런 방식으로 전국 각지의 영세한 화장품, 건강식품, 속옷 판매점 등지에서 50차례에 걸쳐 3,000여만원을 훔친 혐의(상습절도)로 선씨를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선씨는 전국을 돌며 여성 홀로 운영하는 소규모 영세 점포를 범행 대상으로 삼아 집중 공략한 것으로 드러났다. 선씨는 손님이 많은 유명브랜드 화장품점은 피하고, 종업원이 적은 영세 화장품점, 이면도로변에 있어 한산한 가게를 주로 노렸다.

이처럼 경기 불황으로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중소 상공인들을 대상으로 한 절도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중소규모 점포는 보안 시스템이 취약하고, 종업원 수가 적어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는 분석이다.

소상공인을 상대로 한 절도 범죄 증가는 통계 수치로도 확인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피해액 100만원 이하인 절도 건수는 2008년 8만4,264건, 2009년 8만9,170건, 2010년 9만5,011건, 2011년 16만2,800건, 2012년 18만7,991건으로 5년 새 2.2배 이상 증가했다.

장부 계산이 철저하지 않은 영세 업소를 노린 범죄도 적발됐다. 이날 서울 종로경찰서는 계산대와 카드 결제 기능을 합친 포스(POS) 단말기를 조작해 주인 몰래 2년 간 수천만원을 가로챈 족발집 종업원 표모(59ㆍ여)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식당 매니저인 중국동포 표씨는 손님이 현금으로 식사비를 지불하면 신용카드 결제인 것처럼 단말기에 입력하거나 주문 전체를 취소하는 수법으로 2012년 3월부터 670차례에 걸쳐 2,200여만원을 훔친 혐의(상습 절도)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표씨는 단말기에 임의로 카드사와 카드번호를 입력하면 실제 승인은 되지 않지만 전표는 발행되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식당 주인이 단말기에 찍힌 전체 매출액과 실제 매출액을 자주 비교하지 않는 점을 노렸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중소 상공인들이 운영하는 가게는 CCTV 등 보안 장치가 부실하고, 종업원 수도 적어 절도 범죄에 쉽게 노출되기 마련"이라며 "중소 상공인들이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경찰이 활발한 계도 및 홍보 활동을 벌여 범죄 예방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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