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인천 연수구 연수동 경인의료재활센터병원 어린이재활센터 작업치료실. "기사님 어디로 가세요?" 한 어린이가 물리치료사와 함께하는 버스기사 역할 놀이에 푹 빠져 있다. 치료실에는 버스, 슈퍼마켓 등 일상에서 흔히 마주치는 공간들이 세트로 재현돼 있다.
'징검다리'라는 이름이 붙여진 물리치료실에선 어린이들이 스마트폰에서 재생되는 '뽀로로' 동영상에 집중한 채 러닝머신 위를 걷거나 승마운동기구에서 앞뒤로 몸을 움직이고 있다. 다리에 패치를 붙인 채 전기 자극 치료를 받거나 굳어진 팔다리를 펴는 물리치료를 받는 아이들도 있다. 이 어린이들은 뇌성마비, 뇌 손상 등으로 운동발달이 늦어지거나 근육 경직, 자세 이상 등 증상을 보이는 만 8세 미만의 어린 환자들이다.
인천시와 대한적십자사가 함께 운영하는 경인의료재활센터병원은 21일 전국권역재활병원 중 처음으로 '어린이재활센터'와 '어린이 낮 병동'의 문을 열고 본격적인 진료에 들어갔다.
인천시가 3억원을 투입한 어린이재활센터는 490.7㎡의 규모로 장애 어린이들에게 옷 갈아입기, 이 닦기 등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길러주는 작업치료실을 비롯해 물리치료실, 부모상담실, 놀이방, 도서관 등을 갖추고 있다. 재활센터 중에는 드물게 빛, 소리, 진동 등 자극으로 장애 어린이들의 스트레스 조절, 심리 치료를 돕는 심리안정치료실도 설치했다.
장애 어린이와 부모가 낮 동안에만 입원해 장시간 재활치료를 받는 어린이 낮 병동도 인기다. 오전·오후로 나눠 운영되는 낮 병동은 일일 정원 20명을 다 채우고도 현재 대기자가 70~80명에 이를 만큼 장애아를 둔 부모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곳이다. 밤에 함께 있느라 다른 자녀를 맡겨야 하고 비용도 많이 드는 종일 입원보다 낮 시간 만 입원해 치료 받길 선호하는 부모들이 많기 때문이다. 낮 병동에선 장애 어린이들에게 물리·언어·심리치료와 함께 음악·미술활동, 동화구연 등 재활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부모들을 위한 휴식·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 자조모임 등도 있다.
센터 측은 앞으로 의료진 강의, 영어스토리텔링 등 어린이 재활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 치료에 부담을 느끼는 부모들을 위해 후원금 유치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센터의 하루 치료비는 급여항목을 포함해 일반병원 재활치료비의 60% 수준인 13만~14만원이다.
엄태준(28) 센터 의료사회복지사는 "그 동안 재활병원이 부족해 병원을 옮겨 다니면서 치료를 받거나 차례를 기다리다 치료시기를 놓치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았다"며 "꾸준히 치료 받아야 하고 비급여 항목도 많아 부모의 부담이 큰데 후원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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