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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낭만·역사 숨결·별미 골목… 교통카드 한장으로 "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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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낭만·역사 숨결·별미 골목… 교통카드 한장으로 "누려~"

입력
2014.01.22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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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면 벌써 설이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끼리 나들이를 생각하고 있다면 자동차는 놔둘 것. 막히고, 밀리고, 돌아가느라 쌓인 짜증을 누르고 있다가 결국 터져서 싸움만 난다. 그래도 TV 앞에 뒹구는 게 싫다면 교통카드를 챙겨서 가까운 역으로 가자. 지하철을 타고 찾아갈 수 있는 여행의 공간이 도시 구석구석에 숨어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이번 설 연휴에 찾아가볼 만한 곳을 찾아 전국의 지하철(전철)역 주변을 뒤졌다. 여행의 테마는 '당일치기 지하철여행'.

역사와 문화가 담긴 역전, 인천역

수도권 1호선 전철의 종착역인 인천역은 우리나라 근대화의 시발역이다. 인천역에 내리면 개항 당시의 건물을 개조해 조성한 '개항장 문화지구'가 있다. 일본식 가옥, 박물관, 갤러리, 성당, 카페 등 개항기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볼거리가 오종종 모여 있다. 1899년 이 땅에 최초로 부설된 철도(경인선)를 달리던 증기기관차 '모갈 1호'의 모형도 인천역에서 만날 수 있다.

인천역의 다른 이름은 차이나타운역이다. 역 바로 앞의 중국식 대문 '패루'를 지나면 유서 깊은 중국음식점과 중국인들이 불공을 드렸다는 의선당, 삼국지의 명장면을 새긴 벽화거리가 나타난다. 최근 문을 연 짜장면박물관과 한국근대문학관도 있다. 인천역 관광안내소 (032)777-1330

젊음과 낭만의 여정, 청평~춘천

춘천은 도시의 이름뿐 아니라 이 도시로 가는 열차(iTX 청춘)의 명칭에도 '봄(春)'이 들어있다. 풋풋한 젊음의 낭만을 그래서 사철 느낄 수 있는 곳. 경춘선에서 요즘 가장 떠오르는 여행지는 청평역 부근에 있는 쁘띠프랑스다. 북한강을 굽어보는 언덕에 파란색, 하얀색 뾰족 지붕을 인 유럽풍의 집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새하얀 눈에 덮인 작은 프랑스마을에서 어린 왕자가 돼 보자.

가평역 부근엔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인 남이섬이 있다. 자작나무, 잣나무, 메타세쿼이아가 늘어선 산책로에서 로맨틱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김유정역에선 문학 기행을, 강촌역엔 폐선된 철로에서 레일바이크를 즐길 수 있다. 쁘띠프랑스 (031)584-8200 춘천시 관광과 (033)250-3545

1호선 타고 가는 부산 역사기행

부산지하철 1호선은 가야 시대부터 현대사까지 한 번에 꿰고 있는 노선이다. 동래역에 내리면 4~6세기 가야의 생생한 흔적을 보여주는 복천동 고분군이 지척이다. 토기와 금동관, 철갑옷을 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 주위에 임진왜란의 치열한 격전장인 동래읍성이 남아 있다. 온천장역에 내리면 국내 최대의 산성인 금정산성, 범어사역에 내리면 천년고찰 범어사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중앙역과 남포역, 자갈치역은 근현대사의 풍경이 오롯한 곳이다. 한국전쟁 피란민의 이야기가 서린 40계단과 국제시장, 부평시장, 자갈치시장 등 재래시장들이 몰려 있다. 하룻동안 지하철을 맘껏 탈 수 있는 4,500원짜리 1일권을 판다. 부산시 관광진흥과 (051)888-4302

어제와 오늘을 잇는 대전 지하철

대전 지하철은 노선이 하나뿐이고 역도 22개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대전의 원도심부터 유성 신시가지까지 한 줄로 이으며 다양한 도시의 얼굴을 보여준다. 대전역은 일제 강점기 개통된 경부선과 호남선 철도가 만나는 곳. 역전 중앙시장엔 당시의 흥성함을 간직한 포목점과 한복점들이 남아 있다. 순대골목 또한 전국적 명성을 자랑한다.

중앙로역을 나서면 대전의 원도심이다. 대전의 명물 성심당 앞엔 튀김소보로를 사려는 사람들이 늘 길게 줄을 서 있다. 옛 영화를 추억하는 어르신들과 발랄한 젊은이들이 모여 사는 대흥동 문화예술거리도 여기. 최근 1,000만 관객을 끌어 모은 영화 '변호인'이 촬영된 옛 충남도청도 걸어서 갈 수 있다. 대전 종합관광안내센터 (042)861-1330

지하철로 떠나는 광주 시간 여행 100년

광주 지하철 1호선 남광주역에서 시작하는 당일치기 여행의 콘셉트는 '근대와 현대를 넘나드는 100년 여행'. 역을 나서면 광주의 근대 생활상을 집약해 보여주는 양림동 역사문화마을이다. 100년 전 광주 최초로 서양 문물을 받아들인 기독교 선교의 발상지로, 당시 지어진 서양식 건물과 시간이 멈춘 듯한 한옥들이 어울려 매혹적인 풍광을 빚어낸다.

충장로와 광주 북동천주교회까지 이어지는 100년의 시간여행 길을 벗어나면 대규모 패션 매장과 카페, 1935년 건설돼 현재 예술영화 전용관으로 쓰이는 광주극장 등을 만나게 된다. 광주시 관광진흥과 (062)613-3633

맛골목과 김광석 노랫길, 대구 지하철

대구 지하철 1호선과 2호선이 교차하는 반월당역은 여행자들의 호기심과 입맛도 교차하는 곳이다. 역전 사거리를 중심으로 1㎞ 남짓한 공간에 다양한 구경거리와 별미가 모여 있다. 1932년 조선식산은행 대구지점으로 건설된 대구근대역사관, 수백 가지 약재의 향에 취하게 되는 대구 약령시, 동인동 찜갈비골목 등이 여행자를 기다린다.

1호선 신천역 평화시장 닭똥?골목, 칠성시장역 앞 포장마차촌, 중앙로역 연탄불고기 골목과 따로국밥 골목도 '맛의 고장 대구'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곳. 2호선 경대병원역에 내리면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로 갈 수 있다. 대구가 고향인 영원한 가객을 추억하는 다양한 벽화가 골목골목 그려져 있다. 대구시 관광문화재과 (053)803-6512

유상호기자 shy@hk.co.kr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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