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과 인간독감 합쳐져 스페인, 홍콩, 아시아독감 변신.
스페인독감(H1N1) 1918년 유행, 5,000만명 사망.
아시아독감(H2N2) 1957년 유행, 70만~100만명 사망.
홍콩독감(H3N2) 1968년 유행, 100만명 사망.
신종플루(H1N1) 2009년 유행, 현재까지 28만명 사망.
최근 100년간 세계를 휩쓴 4가지 인간독감 바이러스는 모두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감염될 수 있게 변이한 것이다. 때문에 정부가 H5N8형 AI가 인간을 감염시킨 사례가 없다고 거듭 설명해도 불안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언제든 H5N8형이 변이해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의심 탓이다.
그러나 H5N8형이 사람을 감염시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변이 자체가 어렵고 인간 감염에는 오랜 시간과 잦은 접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AI 바이러스가 사람을 감염시키려면 인간 세포를 뚫는 데 필요한 열쇠(수용체)를 얻어야 한다. 바이러스와 동물 세포의 수용체 종류가 같아야 바이러스가 동물에 침투할 수 있다. 바이러스는 혼자 또는 다른 바이러스와 결합, 변이해 수용체를 얻는다. 예컨대 2009년 국내에서 사망자를 낸 신종플루는 AI 바이러스가 돼지 속에서 인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뒤섞여 만들어졌다. 돼지는 AI와 인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모두 감염된다.
정부와 학계는 H5N8형이 인간을 감염시키도록 변이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바이러스라고 보고 있다. H5N8형은 오리를 주로 감염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는 "변이가 일어나서 다른 종을 감염시킬 수 있다면 이미 닭도 많이 감염시켰어야 한다"면서 "유전적으로 닭보다 훨씬 멀리 있는 사람을 감염시킬 가능성은 훨씬 낮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다른 바이러스와 결합한다고 해도 단번에 사람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가 나올 확률은 낮다"고 덧붙였다.
설사 H5N8형이 인간독감 형태로 변해도 사람 간 전염으로 인한 대유행 가능성은 낮다. 바이러스가 많이 담긴 조류 분변이 아니라 사람 체액을 통해 전염될 만큼 AI 바이러스가 단시간에 인간에 적응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또 H5N8형이 다른 AI 바이러스를 만나 변이해도 인간에게 퍼질 가능성은 낮다. 현재 H5N8형과 결합할 가능성이 있는 우리나라 근처의 H5N1형, H7N9형도 인간 전염성은 약하다.
설 교수는 "동남아에서 유행한 H5N1형이나 최근 중국에서 유행한 H7N9형도 인간 감염 능력은 얻었지만, 사람간 전염 사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동남아의 경우 실내에서 인간과 가금류가 함께 생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금류로부터 감염되기 쉽다는 특수성이 있다.
설 교수는 "의학기술의 발달로 매독이 더 이상 위험한 병이 아닌 것처럼 현대에 AI로 5,000만명씩 희생되는 사태가 벌어진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