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에 현 부위원장인 김동만(53) 후보가 당선됐다. 후보들 중 가장 강경하게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왔던 터라 당분간 노정관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노총은 22일 정기선거인대회를 열어 제 25대 위원장에 김 부위원장을, 사무총장에 이병균(53) 부위원장을 선출했다. 임기는 1월 29일부터 3년이다.
선거에는 문진국(65) 현 위원장, 김주익(60) 자동차노련 위원장, 이인상(54) 공공연맹 위원장이 함께 출마했다. 김 신임 위원장은 1차 투표에서 755표를 얻어 문 후보에 이어 2위를 차지했으나 득표율 과반 미달로 결선투표를 한 결과 1,349표로 문 후보(1,087표)를 제쳤다. 선거인단 2,704명 중 1차 투표에 2,560명, 결선투표에 2,474명이 참가했다.
보수성향의 문 후보는 현역 위원장이라는 프리미엄과 함께, 2012년 9월 한국노총 내 보ㆍ혁 갈등으로 임기 중 퇴진한 이용득 전 위원장의 뒤를 이어 조직을 안정화시켰다는 평을 받아 재임 가능성이 점쳐졌었다. 하지만 최근 노정 갈등이 정점에 이른데다, 올해 통상임금 등 현안 논의를 앞두고 노동계의 목소리를 보다 강하게 낼 후보가 선출돼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김 위원장의 지지도가 올라갔다.
김 위원장은 타임오프제(노조전임자의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정한 제도) 전면 폐기, 공공부문 노정교섭 관철, 통상임금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한국노총 산하 최대 산별노조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공개 지지를 표명하는 등 보다 개혁적인 금융, 금속, 화학 관련 노조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1978년 한일은행에 입사한 김 신임 위원장은 금융노조 위원장 출신으로 2006년부터 한국노총 부위원장을 맡았다.
상대적으로 강경 기조의 김 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정부와의 냉각관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선거 기간 내내 "정부의 진정성 있는 반성과 사과 없이 사회적 대화는 정부의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현장에서 현재의 노정 관계가 엄혹하고 정부에 좀더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김 후보가 지지를 받은 것"이라며 "한국노총이 당장 노사정위에 복귀하고 노정대화를 시작할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당선 후 연설에서 "현장에서 한국노총 조끼를 떳떳하게 입고 다닐 수 있도록 열심히 리드해 나가겠다"며 "정부 공기업 투쟁에서 양대 노총의 중심에 서서 열심히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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