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유출 고객들의 행렬이 카드 재발급에서 해지로 급선회하고 있다. 카드사에 대한 불신과 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 여기에 재발급까지 최소 한 달 이상 걸리는 점 등의 요인까지 겹치는 탓이다. 금융당국이 부랴부랴 정보 유출 방지 대책을 내놨지만 불안감은 쉽게 진정되지 않는 양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2일 현재(낮 12시 기준)까지 KB국민ㆍ농협ㆍ롯데카드 등 카드 3사에 접수된 누적 해지 건수(탈회 포함)는 101만7,000건에 달했다. 국민카드가 46만3,000건으로 가장 많았고, 농협카드가 42만9,000건, 롯데카드가 12만5,000건이었다. 이틀 전인 20일까지만 해도 3개 카드사의 해지 건수는 34만건에 불과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처음에는 연결 계좌 이동 등의 불편함 때문에 재발급을 받으려는 수요가 많았지만, 점점 더 해지 고객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일단 해지부터 받고 보자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해지 신청이 급증하는 건 재발급 신청이 쇄도하면서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 카드사들은 하루 최대한도까지 카드를 찍어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날 현재 재발급 신청 건수는 농협이 63만8,000건으로 가장 많고, 국민과 롯데가 각각 32만9,000건, 30만6,000건이다. 모두 127만3,000건에 달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실제 재발급이 이뤄진 카드 수는 발송 기준으로 16만8,000장에 불과하다. 10%를 간신히 넘어서는 수준이다. 카드사들은 "통상 체크카드는 바로 재발급이 가능하고 신용카드는 7~10일 정도 걸린다"며 "하지만 지금은 재발급을 신청하면 집에서 카드를 받는 데까지 최소 1개월은 기다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재발급을 위해 창구를 찾던 고객들이 상당수 해지나 탈회로 돌아서는 추세. 특히 장롱 속에 들어있던 카드 정보가 유출된 고객들의 경우 대부분 카드 해지에 나서고 있다. 농협을 방문한 한 주부는 "농협계좌가 있어서 혹시나 조회해보니 언제 발급 받은 지도 모르는 카드가 있더라"라면서 "이번 기회에 안 쓰는 카드를 모두 해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재발급 수요를 맞추지도 못하면서 카드사 일부 직원들은 해지를 만류하기도 해 실랑이가 일기도 한다. 한 고객은 "콜센터에서 각종 혜택을 안내하면서 해지하면 혜택이 다 없어진다고 강조했다"고 불쾌해했다.
고객 응대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일면서 은행과 카드사들은 영업시간을 늘리고 나섰다. 국민은행은 22일부터 전국 250개 거점점포를 선정해 영업시간을 오후9시까지 연장했다. 국민카드도 전국 25개 지점에서 24시간 정보 유출 고객을 응대한다. 롯데카드는 롯데백화점과 마트 내 카드센터 운영시간을 오후10시까지, 농협은행도 전국 200개 지점 영업시간을 오후9시까지 늘렸다.
이날 당국의 대책 발표도 불안감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해당 카드사들에게 금융당국이 3개월 영업정지 조치까지 내리겠다고 밝히면서 고객들의 해지 행렬은 더 이어질 공산이 크다. 카드를 해지한 주부 양모(46)씨는 "최고경영자를 해임한다고 이미 새나간 정보가 유통이 되지 말란 법 있겠느냐"며 "고객들이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는지부터 정확히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31)씨도 "금융회사가 내 정보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 어디에다가 주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이번 대책에 소비자 보호는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날 금융소비자연맹은 "유출된 카드 정보와 관련 모든 카드를 재발급하고 회비면제, 수수료 및 이자감면 등 실질적인 피해보상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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