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사일러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은 21일 북한을 예측불가능한 나라로 전제한 뒤 "장성택 처형 이후에도 주요 정책에 변화가 없으며 국제사회가 지쳐서 핵 보유국으로 인정해주길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일러 보좌관은 이날 워싱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한미안보 토론회에서 "핵과 경제개발을 동시 추진하는 김정은 정권의 병진노선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에도 북한이 변하지 않는 한 미국이 먼저 대북정책을 바꾸지 않겠다는 뜻을 백악관 당국자가 직접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사일러 보좌관은 국가정보국(DNI), 중앙정보국(CIA)에서 북한 문제를 오래 다뤄온 전문가다. 버락 오바마 1기 정부에서 북한 특사로 평양을 비밀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일러 보좌관은 "핵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북한정책에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며 "미국은 북한의 말이 아닌 행동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통미봉남, 도발보상 전략은 모두 실패했다"며 북한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북한에 억류 중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가 20일 사죄 기자회견을 한 것에 대해 "북한이 석방 또는 사면을 검토하는 신호이길 바란다"며 "미국은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 파견을 비롯해 북한에 여러 제안을 했다"고 다소 낙관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사일러 보좌관은 한국과 일본의 갈등과 관련해 "양국 사이의 과거사 문제는 해결돼야 한다"며 "이런 측면에서 많은 일이 진행 중이고, 이견 해소를 위한 노력도 계속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피한 채 "한일은 과거에도 이런 문제에서 진전을 봤고, 이번에도 그럴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다만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 한일 양국이 미국과 함께 공조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며 "한일 갈등으로 인해 북한 비핵화 노력이 훼손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존 틸럴리(1996~99년) 월터 샤프(2008~11년) 제임스 서먼(2011∼13년) 등 3명의 전 주한미군사령관들은 현행 한미연합사 체제가 효율적이라며 계속 유지할 것을 한미 당국에 주문했다. 샤프 전 사령관은 전시작전권 이양 재연기 문제에 대해 "한국 군의 능력과 지휘체계가 신뢰할 만하다"며 예정대로 2015년에 이양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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