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가 66년 검찰 역사상 처음으로 공갈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춘천지검 전모(37)검사는 2012년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건에 연루된 방송인 에이미(32ㆍ본명 이윤지)를 수사했고, 에이미에게 프로포폴을 주사했던 성형외과 최모(43) 원장은 최근 여직원에게 프로포폴을 투약한 뒤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이 최 원장과 여직원 김모씨를 수사하는 동안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13일 전 검사를 체포하기에 이르렀다.
도대체 검사와 에이미, 원장과 여직원 사이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감찰본부가 조사하면서 전 검사가 2013년 성형수술 부작용을 호소한 에이미를 위해서 최 원장을 협박해 세 차례에 걸쳐 700만원 상당의 무료 성형수술을 받도록 도와준 혐의가 드러났다. 이 때문에 전 검사는 졸지에 ‘해결사 검사’로 전락했고, 에이미와 어떤 관계인지에 관한 의문도 증폭됐다.
에이미는 언론에 전 검사와는 알고 지내는 사이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전 검사가 감찰본부 조사 과정에서 연인 사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최 원장을 고소한 여직원이 경찰 조사에서 전 검사가 최 원장을 협박했다고 진술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복잡한 4각 관계 속에서 검사와 의사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에이미는 21일 종합편성채널 JTBC 뉴스9에 출연해 전 검사와 연인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손석희 앵커가 연인이 아니라고 발언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에이미는 “전 검사님이 그동안 (저를)도와주면서 여자분에게 금품 협박을 받은 것으로 안다” 면서 “저와의 관계를 폭로하겠다는 것과 원장님과의 일을 폭로하겠다는 이유로 협박을 받았던 것 같다”고 대답했다. 전 검사 법률대리인 임신원 변호사는 성형외과 김모씨에게 수천만원을 건넸다고 밝혔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전 검사를 수사하면서 2012년 11월께 에이미의 부탁을 받아 최 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무료로 성형수술을 하도록 협박한 혐의를 포착했다. 전 검사는 최 원장에게 “여성에 대한 재수술을 해 주면 다른 검찰청에서 수사 중인 사건이 잘 처리될 수 있도록 해주고, 그렇지 않으면 압수수색 등의 방법으로 병원 문을 닫게 하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다른 병원에서 받은 치료비도 보전해 달라고 요구해 아홉 차례에 걸쳐 총 2,250만원을 받아 에이미에게 전달한 혐의도 있다.
에이미가 출소 한 달 후부터 전 검사를 만나 애틋한 관계라고 말한 가운데 전 검사는 66년 검찰 역사상 처음으로 공갈 혐의로 구속된 현직 검사가 됐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22일 형법상 공갈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전 검사를 구속 기소했다. 전 검사가 피의자였던 에이미와 연인 관계였더라도 이 부분은 검찰의 수사 범위에는 해당되지 않고, 에이미에게도 공갈 교사 혐의가 적용되지도 않았다.
에이미는 JTBC 뉴스9에서 “저와 검사님이 애틋한 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검사로서 공권력을 행사한 건 아니다”면서 “그렇게 협박을 받았다면 원장님이 탄원서를 제출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 검사가 구치소에 갇혔다는 사실 때문에 괴롭다던 에이미는 검찰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상준기자
한국스포츠 이상준기자 jun@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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