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ㆍ경북지역 최대 폭력조직인 ‘동성로파’가 해수욕장 이권을 놓고 현지 조폭과 갈등을 빚다 사실상 와해 위기에 처했다. 특히 이들은 대구지역에선 처음으로 회칼 등으로 ‘무장’한 채 출동했다 되돌아왔지만 ‘범죄단체활동’ 혐의로 줄줄이 쇠고랑을 찼다.
대구지방경찰청은 포항 월포해수욕장 해상레저사업 이권을 놓고 포항 ‘삼거리파’와 갈등을 빚다 지난해 6월 회칼과 야구방망이 등으로 무장하고 패싸움(전쟁)을 벌이려 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로 대구 동성로파 부두목 박모(45)씨 등 16명을 구속하고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달아난 11명은 지명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동성로파는 10년 전쯤부터 포항에 진출, 바나나보트 등 해수욕장 레저사업을 해 오다 포항 삼거리파가 “대구 조직이 왜 포항까지 오느냐”며 따지자 “방해하면 다 죽인다”고 협박한 뒤‘전쟁’을 준비했다. 부두목 박씨의 지시로 지난해 6월30일 오후 대구시내에서 회칼 9자루와 알루미늄 야구방망이 30자루 등을 구입한 뒤 월포해수욕장으로 출동했으나 삼거리파 조직원들이 나타나지 않자 대기하다 철수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은 대형마트와 고속도로 등의 폐쇄회로TV(CCTV)에 고스란히 찍혔고, 각종 경조사모임과 엘리베이터 안에서 90도로 인사하는 장면 등도 범죄단체활동 사실을 입증하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됐다.
동성로파는 1970년대 초 결성된 조직폭력단으로, 1980년대 향촌동파와 충돌로 범죄단체로 지정됐다. 현재 경찰 관리대상 조직원은 61명. 전국 216개 조폭 중 7번째다. 향촌동파가 75명으로 충북 파라다이스파(76명)에 이어 전국 2번째이지만, 신ㆍ구파로 갈라진 것을 고려하면 대구 최대 조직이다. 동성로파는 이번 ‘거병’ 과정에 관리대상 61명 중 24명이 구속 내지 불구속입건 돼 조직이 사실상 와해 상태에 빠졌다. 두목 김모(51)씨는 다른 사업체를 운영하며 이번 일에 간여하지 않아 ‘화’를 피했다.
대구지방경찰청 윤기영 조직폭력1팀장(경위)은 “실질적인 충돌이 없는 범죄단체활동으로 적발한 것은 2006년 관련법 개정 이후 대구지역 처음”이라며 “대구지역 경기 침체로 타지로 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충돌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0년 1월 대법원은 부산 ‘부전동파’ 사건과 관련, ‘다른 폭력조직과의 싸움에 대비하고 조직의 위세를 과시하기 위하여 비상연락체계에 따라 다른 조직원들과 집결하여 대기한 일련의 행위’도 범죄단체 활동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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