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사이버사령부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연제욱(육군 소장) 청와대 국방비서관이 직접 개입한 정황이 관련 피고인에 대한 군 검찰 공소장에서 드러났다. 당초 국방부 조사본부(헌병)는 지난달 사이버사 사건 중간 수사 결과 발표 당시, 전ㆍ현직 사령관의 지시는 없었다고 밝혀 국방부 수사기관들이 '사령관 방탄 수사','꼬리 자르기 수사'를 벌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전해철 의원이 21일 공개한 국방부 검찰단의 이모 전 사이버사 530단(심리전단)장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단장은 2010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단장직을 수행하면서 매일 오전 사이버사령관에게 전날 인터넷 사이트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주요 이슈를 보고했다. 이어 사령관으로부터 대응 여부와 방향에 대한 '결심'(지시)을 받은 뒤 이를 토대로 부대원들에게 지침을 내려 인터넷 사이트와 SNS에 댓글을 달거나 트위터에 글을 남기는 등의 방법으로 정치적 의견을 표명하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 비서관이 사령관으로 재직한 기간인 2011년 11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이렇게 작성된 글은 트위터 2,867건, 인터넷 블로그 183건 등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여전히 대선 개입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공소장에 포함돼 있는 대응이라는 표현은 정치 성향 글을 작성하라는 구체적 지시가 아니라 사이버 작전에 따른 일반적인 방향을 뜻한다"고 해명했다. 반면 연 비서관이 2012년 총선과 대선 당시 심리전단의 정치 관여 행위를 지시한 방증에 해당한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군 검찰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치 관여 교사' 혐의를 적용할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군 검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연 비서관 등 전ㆍ현직 사령관도 기소할지 여부를 신중히 결정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연 비서관의 기소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연말 퇴직하는 이 전 단장부터 부랴부랴 먼저 기소한 것도 민간 검찰에서의 추가 수사를 막아보자는 군 수뇌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게 군 주변의 해석이다. 지난달 31일 정치 관여와 증거 인멸 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단장은 같은 날 정년퇴직 하면서 민간인 신분이 돼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에 사건이 배당된 상태다.
군 관계자는 "군 수뇌부가 이 전 단장 구속이나 전ㆍ현직 사령관 기소 여부에 대한 결론을 사실상 내린 채 겉으로만 소신껏 해보라고 독려하는 위선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자조적 불만이 군 검찰 내에 팽배하다"고 전했다.
앞서 조사본부는 지난달 이 전 단장과 심리전단 요원 10명 등 11명을 형사 입건한 뒤 이 전 단장에 대해서만 일단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군 검찰에 송치했고, 군 검찰은 지난달 31일 이 전 단장 건만 기소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