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의 그늘 속에서도 꺾이지 않은 기업이 있다. 일본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다.
다이소를 운영하는 박정부(70ㆍ사진) 한웰그룹 회장은 21일 본지기자와 만나 "엔저가 왔을 때는 정말로 막막했다"고 말했다.
한웰그룹은 다이소아성산업, 한일맨파워 등을 거느린 기업. 다이소아성산업은 국내에서1,000원샵으로 유명한'다이소'를 운영하는 회사고, 한일맨파워는 전 세계에서 공수해온 상품을 다이소에 공급하고, 일본 다이소를 상대로 제품을 수출하는 무역회사다.
일본에 수출하는 회사인 만큼, 엔저는 치명적이었다. 100엔당 1,300원하던 원ㆍ엔환율이 1년 남짓한 사이에 1,000원대까지 졌으니, 이것만으로도 20% 이상 수익악화요인이었다.
박 회장은 "달라진 환율환경에 맞는 상품부터 개발했다"고 말했다. 종전엔 무늬가 양면에 있는 컵을 만들어 수출했다면, 엔저 하에선 가격을 맞추기 위해 한쪽에만 무늬가 있는 상품을 만들어 공급하는 식이었다. 상품의 기능을 떨어뜨리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비용을 줄여 환율에 대응했다. 이렇게 개발하는 상품만 매달 700~800개에 달했다.
박 사장은 엔저로 인한 수익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한 달에 절반 이상을 해외거래서 확보에 매달렸다고 했다. 다이소는 현재 28개국 2,000여개의 거래처를 보유하고 있다.
밑지는 장사는 안 하는 것도 회사의 지속성장을 가능케 한 요인. "일본 다이소에서 국내로 수입해 오는 상품은 1%밖에 안 되는데, 일본 다이소가 왜 더 많이 안 사가냐고 화를 내더군요. 하지만 원화가 강세여서 가져와서 팔아봐야 돈이 안 남잖아요. 일본 다이소 직원을 한국에 데려와 그들이 팔려는 비슷한 상품이 한국에서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 것을 구경시켰더니 아무 소리 못 하더군요."
다양한 가격대의 상품을 파는 게 아니라 1,000원, 2,000원 등 균일가 상품만 팔아 그 가격대의 상품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것도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그는 "가격 대비 가치가 더 큰 상품을 제공하는 게 목표"라며 "지금까지 다양한 상품을 펼쳐만 놓았다면 앞으로는 선호도 높은 군의 종류를 늘리고 질도 높이는 방향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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