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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유재하 27년전 원음 LP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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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유재하 27년전 원음 LP로 부활

입력
2014.01.21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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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유재하(1962~1987)가 남긴 유일한 앨범 '사랑하기 때문에'가 아날로그 바이닐 레코드(LP)로 부활했다. 원형 LP를 다시 판각한 복각 음반도 아니고, 단순히 디지털 음원을 아날로그 매체로 옮긴 것도 아닌 원래 녹음상태에 가장 가깝게 재현한 복원 음반이다. 27년 만에 미공개 음원을 담고, 오랫동안 왜곡된 형태로 유통됐던 음원을 원래 녹음한 상태에 최대한 가깝게 되돌렸다는 점에서 돌아온 '사랑하기 때문에'는 재발매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22일 다시 발매된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LP를 하루 전 서울 대치동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열린 청음회에서 먼저 들어봤다. CD와 LP가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나, 하는 회의는 '텅 빈 오늘밤'의 도입부를 듣는 순간 사라졌다.

두 음원은 사실상 같은 가수가 같은 악기로 연주로 같은 악보를 연주한 '다른 곡'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템포가 다르다. 1990년대 당시 YBM 서울음반이 발매한 CD에서 이 곡의 길이는 5분 19초이지만, 원래 음원을 담은 새 LP에선 4분 58초 동안 재생된다.

90년대 재발매 CD가 들려주는 '텅 빈 오늘밤'은 원래 속도의 곡보다 무겁고 어두운 데다 악기들의 연주가 뭉툭하게 들린다. 고음과 저음이 잘려 나간 듯 흐리멍덩하다. 반면 최근 제작된 LP는 같은 오디오 시스템으로 들었는데도 보컬과 악기의 디테일이 훨씬 또렷하게 들린다. 특히 드럼을 두드리는 소리의 질감이 두드러지게 두텁다. '우리들의 사랑' '지난날' 등 대부분의 수록곡에서 확연한 차이가 느껴진다.

초기 LP와 여러 버전의 CD, 재발매된 LP가 모두 하나의 마스터 테이프에서 나왔는데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재발매 LP 제작을 총괄한 씨앤엘뮤직의 최우석 부장은 "마스터 테이프를 옮기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인 듯하다"며 "과거 발매된 CD의 경우 한 곡 안에서도 박자가 빨라졌다 느려졌다 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실제로 수록곡 중 가장 짧은 '미뉴엣'마저 2분 35초(80년대 서울음반 제작 CD)에서 2분 47초(90년대 YBM 서울음반 제작 CD)까지 제각각 다르다. '우리들의 사랑' 역시 가장 짧은 버전이 4분 30초(2000년대 티엔터테인먼트 제작 CD)로 가장 긴 버전과는 28초 차이가 난다.

새로 제작된 LP는 곡에 따라 87년 LP와 길이가 같거나 최대 4초가 길다. 곡 끝부분에 소리가 천천히 줄어드는 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최 부장은 "처음 발매된 LP에 가깝게 제작한 것이 아니라 오리지널 마스터 테이프에 가까운 소리를 들려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최초 녹음된 원음을 재현하고자 제작진은 마스터 테이프를 물리적으로 복원하고, 고음질 디지털 오디오 기록 방식인 DSD 256 파일로 디지털 전환한 뒤 다시 아날로그 방식인 LP로 옮겼다. LP의 음질을 결정하는 커팅과 프레싱은 모두 독일에서 진행했다.

새 LP에는 고인이 세상을 떠난 뒤 27년간 숨겨져 있던 미공개 음원도 포함됐다. 유재하가 생전에 집에서 카세트 레코더로 녹음한 돈 매클린의 명곡 '빈센트'(1971)다. 음질이 좋진 않지만 어쿠스틱 기타 반주 위에 기교를 담백하게 노래하는 유재하의 목소리는 원곡 이상의 울림을 전한다. 최 부장은 "유족이 간직하고 있던 가족만의 기억이자 추억인 음원인데 지금까지 유재하를 사랑해준 팬들을 위해 선물의 뜻으로 공개한 것"이라고 했다.

새롭게 제작된 LP는 발매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우선 1,000장을 제작했는데 주문량만 1,000장이 훌쩍 넘었다고 한다. 새 LP를 들어본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CD보다 LP가 훨씬 차진 소리를 내고 특히 악기 소리가 분명하게 들린다"며 "한국적 팝 발라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귀중한 앨범을 원작자의 의도 그대로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재발매"라고 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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