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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변호사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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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변호사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입력
2014.01.2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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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변호사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영화를 보며 우리를 변호하느라 얼마나 힘드셨는지, 인간적 고뇌가 깊으셨는지 새삼 느꼈습니다.”

영화 의 소재인 부림사건 피해자 고호석(56ㆍ부산 거성중학교 교사) 씨는 21일 경남 김해의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앞에서 이렇게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부림사건의 다른 피해자 10명과 함께 이날 봉하마을에 온 고씨는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현실을 보고 가슴이 아프다”며 “이제 저희에게 맡기시고 편안히 잠드십시오”라고 명복을 빌었다.

부림사건 피해자들이 함께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981년 부산 대동고교 교사였던 고씨는 부산대 영문학과 재학 시절 독서모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그 해 8월 부산시 금정구 구서동에 있는 자신의 집 근처에서 수건으로 눈이 가린 채 경찰에게 붙잡혀갔다. 죄목은 국가보안법 위반 등 6가지였다.

이후 어둡고 두려운 경찰 대공분실에서 36일 동안 조사를 받으면서 숱하게 얻어맞아 지금까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고씨는 “당시 온몸이 망가져 시체나 마찬가지였다”며 “오직 살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그는 "고문 사실은 온 국민이 다 아는데도 정작 부림사건 수사를 지휘한 검사들은 진실을 호도하고 노 변호사를 모독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심경을 밝혔다.

부산대 법학과를 졸업한 주정민(56) 씨는 같은 이유로 1981년 9월 고향인 충남 홍성에서 잡혀갔다. 주씨는 “경찰에게 곡괭이 자루로 너무 많이 맞아 생지옥이나 다름없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그는 1심에서 3년6월, 2심에서 2년6월을 각각 선고받고 2년을 옥살이 한후 1983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다. 주씨는 고향에서 협동조합과 농민운동을 하면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 묘역에 함께 참배하고 나서 당시 노 변호사의 부인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권양숙 여사도 예방해 고마움을 표시했다. 권 여사는 부림사건은 노 전 대통령이 인권 변호사의 길을 걷게 한 인생의 큰 전환기가 됐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까지 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고 이들은 전했다.

부림사건은 1981년 공안 당국이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하고 고문한 사건이다. 그 중 19명이 기소돼 징역 1~6년형을 선고받았으나 이후에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받았다.

김해=이동렬기자 ds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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