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면 어김없이 이어지는 북한의 여러 제안을 대통령은 위험한 선전공세로 규정했다. 위험한 선전공세란,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북침용으로 몰아 공포 조장하기, 이를 통해 북한 내부 결속 및 무력 도발 명분 쌓기, 그리고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 촉발하기를 의미한다. 이는 북한이 해방 후 6ㆍ25 직전까지 북침 여론몰이로 공포를 조성한 이후 반세기 동안 유지해 온 선전 공식이다. 그 간 변했던 건 우리 정부의 대응 방식과 소통 논리 뿐 이었다. 그래서인지 대통령의 선전공세 발언을 단순 보도한 포털사이트의 한 기사에는 댓글이 무려 2,357개나 달렸다. 정부의 대북 대응기조에 관한 옹호와 비판의 댓글논쟁이 벌어진 것이다. 우리 안보 여론의 현실을 엿 볼 수 있는 단면이다. 그렇다면 연례적인 선전공세에 직면할 때 합리적 여론 형성을 위한 대응책은 무엇일까?
첫째 북한의 제안에 답변 보다 실천적 역제안의 소통원칙을 지켜야 한다. 선전 전술 중 대표적인 것이 상대가 수용하기 어려운 제안을 하는 것이다. 당연히 답변은 곧 거절이며 갈등을 촉발시킨다. 북한이 주장하는 북침용 훈련을 중단하라는 요구에 훈련은 방어적 성격이라는 답변은 별 의미가 없다. 대신 키리졸브 등의 훈련 실시 원칙에 가능하다면 참관 옵션을 부각시켜 중립국 감독위원회와 함께 북한도 직접 참관하라는 역제안을 반복하는 것이 선전에 대응하는 소통방법이 될 수 있다.
둘째 북한 선전공세에 대한 국민의 이해수준을 제고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구스타프 르봉은 감성적으로 대중을 사로잡는 선전은 과장, 확언, 그리고 반복에 의해 작동된다고 했다.
선전은 철저한 자기 이익에 집중하기 때문에 타협과 양보라는 것이 존재 하지 않는 소통 행위다. 그렇기 때문에 선전을 읍소와 협박이라는 양면전술의 마술이라고도 한다. 수용하기 힘든 제안을 갖고 읍소하며 대화를 제의할 때 상대가 거부하면 상대방이 공포를 조장해 대결 분위기를 촉발시켰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이때 선전공세를 통해 조성한 공포를 합리화시킬 수 있다. 그 결과 협박과 공갈도 나름의 명분을 얻게 된다. 이러한 선전의 흐름을 국민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셋째 역사적 경험을 되짚어 보고 구체적인 개별 사안을 상기시켜 여론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선전은 대중의 망각이 있기에 가능하다. 그렇기에 형식과 주체를 바꿔가며 동일 의제에 대한 변하지 않는 입장을 제안의 형식으로 강요하는 것이 선전의 속성이다. 북한이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했던 1999년 2월 대통령을 비롯해 주요인사 150명에게 편지를 보내 남북고위급 정치회담을 제의했지만 그해 6월 제1연평해전이 벌어졌다. 2002년 1월에는 최고인민회의 부위원장 명의로 민간 급 회담을 제의하면서 단합과 통일을 촉진하는 해로 선포했지만 역시 6월 제2연평해전이 발생했다.
한국전쟁 60년이 되던 2010년 1월에는 북한 외무성이 평화협정제안을 했으나, 그 해 3월과 11월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이 발생했다. 이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2011년 1월 무려 6차례나 대화를 제의하며 고위급 군사회담이라는 전격 제안을 해왔다. 모든 조건을 수용하는 듯 했지만 군사적 현안과 핵 문제는 다루지도 못하고 예비회담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렇듯 새해가 시작되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대화제안이 왜 선전공세인지 이제 우리 사회 여론 속에서 역사적 학습의 효과가 나타날 때도 되었다. 이를 위해 향후 대응책으로써 대북정책 홍보는 북의 선전방식과 역사적 경험을 근거로 국민적 합의를 도모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북한의 변화를 이끄는 것은 한계가 있더라도 그들의 선전공세로 인한 우리 사회 내부의 불필요한 혼란과 논쟁은 최소화하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이런 대응책이 편견을 버리라며 호소하는 그들이 하나라도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현실적인 실천이자 통일대박이라는 수사적 구호를 그나마 뒷받침하는 실질적인 활동인 것이다.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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