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홈페이지에서 정보 유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가 시작된 지 영업일 기준 이틀째인 21일. 전날에 이어 이날도 카드사와 은행 창구엔 카드를 재발급하거나 해지하려는 고객들이 몰려들었고, 콜센터는 여전히 먹통이었다. 애꿎은 피해자들도 속출했다.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지하1층 카드 고객센터에는 전날에 이어 카드를 재발급 받거나 해지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백화점 개장 시간 전인 10시부터 100여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일부 고객이 막무가내 진입을 시도하는 등 소동도 일어났다. 출근 전에 들른 한 회사원은 "어제도 왔었는데 사람이 많아서 재발급 신청을 못했다"며 "카드사에서 일괄적으로 재발급을 해주든지 좀더 확실한 대책을 내놨으면 좋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인근 국민은행 남대문지점도 이날 하루 종일 불안감을 호소하는 직장인들로 붐볐다. 직장인 이모(34)씨는 "결제계좌라도 바꾸려고 카드사 홈페이지에 접속했는데 본인인증 하는 단계부터 오류가 계속 나서 답답해서 와봤더니 은행 창구가 더 복잡한 것 같다"고 했다.
몰려드는 고객 탓에 직원 응대가 어려워지자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은 본사 인력을 지점에 긴급 투입하고 나섰다. 국민은행은 21일부터, 농협은행은 22일부터 본사에서 1,000여명씩 직원을 각 지점에 내려 보냈다. 영업시간도 오후 6시까지 평소보다 2시간 더 늘렸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각 지점에 대기인원이 평소보다 크게 늘어나면서 해당 지점 인력으로는 수습이 안되고 있다"며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본사 인력을 파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날까지 카드 3사에 접수된 카드 재발급 및 해지 건수(낮 12시 기준)는 115만건을 넘어섰다. 카드 재발급 신청은 농협이 30만8,000건, 국민이 16만8,000건, 롯데가 14만건으로 총 61만6,000건에 달했다. 이중 카드사가 실제 카드를 재발급한 것은 14만5,000건으로 4건 중 1건에 불과했다. 카드 재발급이 고객 신청을 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해지 신청(탈회 포함)도 농협이 26만4,000건, 국민이 23만9,000건, 롯데가 2만9,000건으로 모두 53만2,000건이나 됐다.
이날까지 카드 홈페이지에서 개인정보 유출 여부를 조회한 사람은 국민이 309만3,000명, 롯데가 200만7,000명, 농협이 136만5,000명으로 약 646만5,000명이었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2,587만명) 4명 중 1명이 조회를 했다는 얘기다.
정보가 유출된 고객들이 각 영업점과 콜센터, 홈페이지 등에 폭주하면서 애꿎은 피해자도 속출하고 있다. 실제 카드를 분실했는데 콜센터와 통화를 할 수 없어 분실신고를 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고, 아예 카드 재발급을 위해서 거짓으로 분실신고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 카드 고객은 "카드를 분실했는데 아무리 콜센터에 전화를 해도 상담원과 연결할 수 없었다"며 "만약에 카드 분실로 사고가 발생하면 카드사가 책임을 지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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