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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업과 예술 사이 힘겨운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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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업과 예술 사이 힘겨운 분투기

입력
2014.01.2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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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본업이고, 무엇이 부업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수없이 반복한 돈벌이용 잡일들이 본업이었고, 늘 마음에 두고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는 한 가지 일이 부업일지도 모르겠다."

평범한 노동자의 독백이 아니다. 이른바 '88만원 세대' 예술가들의 이야기다. 88만원 세대 작가들도 동년배처럼 팍팍하고 배고프다. 88만원 세대의 전유물인 고용불안과 끝없는 경쟁은 비단 예술가들에게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이런 현실에 주목한 두산갤러리가 본업과 부업을 넘나들며 예술과 생업의 경계가 모호해진 젊은 예술가의 현실을 조망한 특별한 전시를 마련했다. 서울 종로구 종로 33길 두산아트센터에서는 다음달 22일까지 '본업: 생활하는 예술가'전을 연다.

전시회에서는 권용주(37), 이우성(31), 안데스(35), 이수성(29) 작가의 작품이 선보였다. 이들은 현실과 동떨어져 순수예술만 추구할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본업과 부업을 넘나들어야 하는 자신들의 삶과 사회 현실을 고발한다.

'buup'이라는 업체를 만들어 다른 작가의 작품을 위한 간이 벽이나 각종 작품을 설치하는 일로 생계를 잇는 권용주 작가는 부업 활동을 영상에 담아 보여준다. 그는 나무를 자르고 못질해 세우는 부업의 과정을 담은 영상 '만능벽'작품을 통해 미술관ㆍ갤러리 들이 전시기술자를 직접 채용하지 않고 간접 고용하는 세태를 꼬집었다.

이우성 작가는 부업으로 성인 미술지도를 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가로 12m, 세로 3.4m의 천 위에 붉은 벽돌담장과 자신이 만났던 사람들이 담장 꼭대기에 앉은 모습을 담은 작품을 내놨다. 거대한 벽돌담장은 그의 작업실 문을 열고 나서면 맞닥뜨리는 실제 벽을 형상화한 것이다. 위압적인 벽은 청춘들의 불안정한 현실을 표현했지만 사람들이 그 벽 위에 '평화롭게' 앉은 모습은 그 현실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안데스 작가는 벼룩시장 등에서 1,000~2,000원짜리 옷을 사 매일 다르게 입는 것을 블로그에 남기는 것이 취미였지만 지금은 이를 돈벌이로 바꾸려는 시도를 한다. 그는 그동안 모은 많은 옷으로 드레스 형태를 만들어 설치한 '패배를 위한 기념비'라는 작품을 공개했다. 거대한 옷더미 위에 우뚝 솟아 느릿느릿 돌아가는 마네킹은 모순적인 그 이름처럼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자아낸다.

권용주와 함께 전시 디자인을 해왔던 이수성 작가는 이번 전시에 나온 안데스의 작품을 위한 구조물을 설치하는 등 다른 작가의 작품을 보조하는 역할을 통해 이번 전시의 목적 의식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이번 전시회는 두산갤러리의 신진 기획자 양성 프로그램인 '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참가자들의 기획전으로 이성희, 장순강, 홍이지 큐레이터가 공동 기획했다. 이성희 큐레이터는 "전시를 통해 본업과 부업이 헷갈릴 정도의 현실에 놓인 젊은 작가들의 실상, 고민, 예술을 향한 의지 등이 읽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02)708-5050

권대익기자 dkwon@hk.co.kr

이동하 인턴기자 (이화여대 행정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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