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차이 이상의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어느 스포츠든지 심리적인 부분은 간과할 수 없다. 연승을 하는 팀은 자신감이 쌓이고 연패가 이어질수록 지고 있는 쪽에서 느끼는 부담감이 클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것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올 시즌 여자 프로배구다. 물고 물리는 천적 관계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NH농협 2013~14시즌에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는 IBK기업은행(승점 38ㆍ13승4패)은 2위 GS칼텍스(승점 35ㆍ12승5패)만 만나면 힘이 솟는다. 3전 전승에 모두 3-0 셧아웃으로 완승을 거뒀다. GS칼텍스 주 공격수인 베띠는 “상대가 워낙 강하고 팀워크가 좋다”면서도 “유독 기업은행과 경기를 할 때면 꼬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도 기업은행에 무릎을 꿇었던 GS칼텍스는 기업은행만 만나면 맥을 추지 못한다.
반면 GS칼텍스는 현대건설(5위ㆍ승점 18)과의 맞대결에서 펄펄 난다. 4전 전승에 단 1세트만 내줬을 뿐 거의 완벽에 가까운 플레이를 펼쳤다. ‘연봉 퀸’양효진(현대건설)은 이러한 천적 관계에 대해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이상하게 GS칼텍스와의 경기는 기싸움에서 지고 들어가는 것 같다”며 “아무 것도 못해보고 멍하니 서있다가 나온 적도 있다. 우리만의 플레이가 없는 느낌이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반대로 무서울 것 없을 것 같은 기업은행도 도로공사(4위ㆍ승점 24)를 상대할 때면 주눅이 든다. 올 시즌 4패(13승) 중 절반을 도로공사에 당했다. 특히 지난 9일 맞대결에서는 0-3으로 완패했는데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무엇에 홀린 것 같았다. 상대 분위기에 순식간에 휩쓸렸다”고 밝혔다.
반면 하위권의 현대건설은 KGC인삼공사만 만나면 커진다. 올 시즌 거둔 6승(11패) 중 4승을 모두 인삼공사를 상대로 거뒀다. 이에 대해 황현주 현대건설 감독은 “여자 선수들의 경우 심리적인 것에 쉽게 좌우되는 것 같다”며 “그런 부분에서 경기가 잘 될 때와 달리 잘 풀리지 않을 때 부담감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22일부터 시작되는 후반기 여자부에서 이러한 먹이 사슬 관계가 깨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재상기자
한국스포츠 이재상기자 alexei@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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