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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소통·인간미'에 새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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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소통·인간미'에 새 방점

입력
2014.01.20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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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라트비아의 유적지를 돌며 열심히 사진을 찍던 한 여성이 주차된 차에 놓인 벌금 딱지를 보더니 "주차 전문가가 된 줄 알았더니만, 어떡해"라며 울상이다. 잠시 후 이 여성은 라트비아어로 '안녕' 한마디를 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삼성그룹이 20일 그룹 홈페이지, 블로그, 유투브 등을 통해 공개한 '줌인 삼성- 당신이 몰랐던 삼성인들의 진짜 이야기'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한 장면이다. 이 화면에 등장하는 삼성전자 최영하 과장은 '좌충우돌' 그 자체다. 1년 기간의 지역전문가 과정 중에 있는 최 과장은 현지 말을 배우고 낯선 이들을 만나 인맥을 쌓느라 눈코 뜰 새 없지만, 한국에 두고 온 남편과 딸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린다. "이기적이고 나쁜 엄마 일 수 있다"며 자신을 자책하는 그이지만 "딸의 롤모델이 되겠다"며 당차게 목표를 얘기한다.

삼성은 좀처럼 내부 얘기를 밖에 꺼내길 싫어한다. 그래서 폐쇄적이란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점점 더 '속살'을 드러내려 하고 있다. 이번 다큐멘터리 제작도 마찬가지이다.

삼성은 최근 들어 '사회와 소통'을 그룹 경영의 최우선 의제 중 하나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타 공인 1등 기업이지만 그만큼 사회적 거부 정서도 큰 게 현실이고, 이러한 거부감은 앞으로 중대한 경영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게 내부 판단이다.

지난 15일 열린 수요사장단회의에서도 '삼성의 인간미'가 논란이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강연자로 참석한 전원책 변호사(자유기업원장)은 '바람직한 기업관을 위한 과제'란 주제의 강연을 통해 "삼성은 인간미가 없다"고 직설적으로 꼬집었다.

그는 "삼성이 정확한 기업, 엘리트 기업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삼성을 친근하고 가깝게 느끼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결국 인간적 감성이 빠져 있기 때문에 지금의 차가운 삼성 이미지가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삼성에 디지털 기술 못지 않게 필요한 건 아날로그적 감성이고, 철저한 분석 못지않게 따뜻한 인간미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이날 최 과장 편과 함께, 인문계 전공의 인재들을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키우기 위해 지난해 시작한 '삼성융합소프트웨어아카데미(SCSA)' 1기생인 김종윤씨 편 등 2개 영상을 공개했다. 이를 접한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솔직한 인간미를 드려내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통경영'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토크콘서트 '열정樂서'다. 2011년 10월 첫 문을 연 이래 2년반째 계속되고 있다. 삼성CEO와 주요 임원들이 직접 나서 대학생들에게 살아 온 이야기를 들려주며 호흡을 같이 하는 시도로 화제가 됐다.

외부 노출을 극도로 싫어하는 삼성CEO들이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엄청난 변화라는 게 일반적 평가다. 그룹 관계자는 "지방대 출신이라는 한계를 극복해 낸 자신의 얘기를 모교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다며 청주대 강연을 먼저 제의한 박근희 삼성사회공헌위원회 부회장(전 삼성생명 부회장)과 옛 스타 CEO였던 윤종용 고문(전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나서면서 물꼬를 텄다"고 전했다. 열정락서에서 마이크를 잡은 CEO만도 고순동 삼성SDS 사장, 윤부근 이돈주 우남성 홍원표 삼성전자 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 등 10여명이다. 열정락서는 현재 시즌5를 진행 중인데, 총 60회 콘서트에 22만명의 대학생이 참가했다. 그룹 관계자는 "삼성이 진정성을 가지고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는 것은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올해로 4년째를 맞는 '대학생 멘토링'도 삼성 임직원들이 전국의 대학생 멘티 5명을 만나 진로 상담과 인생 고민의 답을 함께 찾으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은 앞으로 오지 근무 주재원, 국내 근무 외국인 직원, 글로벌 자원 봉사 활동 등 다양한 삼성인의 모습을 매달 1, 2편씩 공개할 계획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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