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 행위를 하지 말자'고 우리 정부를 회유하면서도 한편에서 군사 훈련을 공개하는 등 북한이 이중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위장평화 공세'가 노골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남북 관계 개선의 단초가 될 만한 게 없는지 살펴야 한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남조선 당국은 우리의 중대 제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터무니없이 도발을 운운하며 대결 광기를 부리고 있다"며 "남조선 당국은 동족에 대한 편견과 불필요한 의심부터 털어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기사에서도 남북 간 상호 비방ㆍ중상을 중지하자는 국방위 중대 제안의 수용을 거듭 촉구했다.
북한은 그러나 엇갈린 신호도 함께 보냈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항공육전병부대(우리의 공수부대) 야간 훈련 참관 사실을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것. 통신은 "밤 장막이 덮인 훈련장 상공에 수송기들이 날아들고 연이어 병사들이 우박처럼 쏟아져 내렸으며, 지정된 지점에 정확히 착지해 가상 적진을 단숨에 점령했다"고 소개했다.
이날 훈련이 주목 받는 건 전쟁 발발시 남한 후방을 교란시키는 임무의 특수 부대가 탑승할 AN-2 항공기가 7, 8기나 동원됐기 때문이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야간 공수훈련에 AN-2기를 동원한 것도 드문 일이지만, 김정은이 훈련을 불시 참관하고 이를 외부에 공개한 것은 더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공언한 군사 분야의 선제적 긴장 완화조치 징후는 아직 없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안보 당국은 '진정성이 없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북한이 겉으로는 긴장 완화를 주장하면서도, 실제 행동으로는 훈련을 지속하는 표리부동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비방ㆍ중상을 하는 쪽은 북한"이라며 "(북한 언급대로) 설까지 기다릴 게 아니라 당장 비방ㆍ중상이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북한 제안의 행간을 잘 읽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군사 연습 중단이나 미군 축출을 내세운 건 내부 강경파를 달래기 위한 것일 수 있다"며 "비방ㆍ중상 중단이나 서해 긴장 완화 조치 등 협상 여지가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관성적으로 얘기하거나 지렛대로 삼으려는 것과 실제 얻어내고 싶은 것들이 제안 속에 뒤섞여 있기 때문에 정부가 우선 순위를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